SK, LG, 롯데 등 주요 기업들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그룹의 재무통, 기획통 등 핵심 인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경기 불황 속 지주사가 계열사들의 경영 감독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은 26일 주총에서 그룹 사업 재편(rebalancing) 업무의 최전선에 있는 강동수 SK PM(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다. 강 부문장은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도 올라 있다.

최근 상장한 LG CNS도 20일 주총에서 그룹 재무통인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25일 주총을 여는 LG유플러스도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맞는다. LG유플러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왔던 LG 경영전략부문장 홍범식 사장이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하자, 그룹 핵심 인사가 다시 그 자리를 채운 것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나 ‘사외이사’에 비해 낯선 이름이지만, 이사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리다.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사외이사에 적용되는 결격 사유나 겸직 제한 조항도 없어 선임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약 5년 만에 부활시킨다. 사내이사를 맡아왔던 신동빈 회장이 임기 만료 후 연임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자리에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 대표인 이영구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경영 감독을 맡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타비상무이사는 주로 그룹의 시각에서 계열사 전략을 조정하는 조율자 역할을 한다”고 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은 기업들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주요 카드’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대명소노그룹에 경영권을 넘긴 티웨이항공은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서준혁 대명소노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대명소노가 지난달 2500억원에 티웨이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후, 그룹 총수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서 회장뿐 아니라 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의 이광수, 이병천 공동대표까지 총 3명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올라 있다.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추진 중인 MBK파트너스도 28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MBK가 인수한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의 기타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