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약 3000억원 안팎을 투입해 호주의 조선·방산 기업인 오스탈(Austal) 지분 약 20%를 사들여 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는 지난해 1년 넘게 이 회사를 인수·합병(M&A)하려고 경영진을 설득하다가 작년 9월 작업을 중단했는데, 이번에 ‘경영 참여’로 방식을 바꿔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한화그룹이 이 회사에 끈질기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호주를 넘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오스탈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소형 수상함과 군수 지원함을 직접 건조하는 이 분야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미국이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위상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화는 지난 17일 호주증권거래소에서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으로 만든 호주 현지 법인이 공개 매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별도로 현지 증권사와 TRS(총주식 스와프) 계약을 통해 9.9%의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TRS는 주식 보유는 증권사가 하되, 의결권 등 각종 권리는 한화 측이 행사하는 방식이다. 한화는 이 둘을 합해 19.8%의 지분을 확보, 오스탈 1대 주주가 돼 경영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다만 난관이 남아있다.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승인을 받아야 이 투자가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전략 조선 업체로 선정한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살 때 거쳐야 하는 절차다. 또 약 20% 지분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 기존 최대 주주 타타랑벤처스(19.56%)와 이 회사 창업자인 존 로스웰(8.74%) 등 기존 주주, 경영진과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화는 경영 참여가 확정되면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 방산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는 호주에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제조 시설이 있고, 작년 6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도 인수했다. 오스탈은 서호주와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조선소가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