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5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이이주 삼동 대표. /산업통상자원부

1970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서울 구로공단에 상경해 일을 시작했다. 중고 구리를 녹여 재활용하는 곳이었다. 7년 뒤엔 자양동에서 직원 10명과 함께 구리로 만드는 절연코일 회사를 열었다. 지난 48년 동안 ‘고졸 벤처 1.5조 신화’를 써온 삼동의 이이주(74) 대표 얘기다.

이 대표가 19일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정부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소재 산업 개척자로 한국 기간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며 이 대표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정부는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분명한 이들에게 금탑·은탑·동탑 산업훈장을 수여한다. 이 중에서도 금탑은 산업계 최고 영예로 불린다.

이 대표의 최종 학력은 남해수산고 졸업이다. 본래는 뱃사람이 되려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실습 차원에서 배를 탔지만 멀미를 심하게 하자 선생님은 “밥벌이는 뭍에 가서 하라”고 권했다. 서울에 올라와 구로동에서 일하며 제조업을 하겠다 결심했고, 창업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구리 가공 공장은 이후 국내를 대표하는 전기·전자용 코일 제조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이 1조5000억원 정도다. 매출 절반은 해외 30여 국에서 나온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 폴란드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평탄한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차 오일쇼크 여파로 경기가 바닥을 쳤던 1981년엔 부도를 내기도 했다. 쉬지 않고 일해 빚을 갚았고 1990년엔 법인으로 전환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어려움은 기술로 이겨냈다. 해외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 회사를 빠르게 키웠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나 발전기에 주로 쓰이는 연속전위권선(CTC)과, CTC의 핵심 소재인 무산소 구리(Oxygen Free Copper)를 199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회사 매출이 궤도에 올랐다. 업계는 삼동이 국내 시장에서 70%,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선 35%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향후 세계 1위 제품들을 만들어 국내 기간 산업의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현대모비스 성기형 고문,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소철영 사장도 이날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은탑산업훈장은 최해태 금창 사장과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