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공사는 19일 현재 여전히 중단 상태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한 하남시 결정은 부당하다고 판정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남시의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동해안 원전과 석탄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경기도 하남 등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7000억원을 들여 2020년 3월부터 추진돼 왔다. 내년 6월이 준공 목표다. 하지만 작년 8월 하남시가 전자파 유해성, 도시 미관과 소음 문제, 주민 수용성 부족 등을 이유로 증설 관련 인허가 4건을 불허하면서 돌연 중단됐다. 행정심판 결과에도 허가가 지체되며 공사는 공정률 41% 상태로 반년 넘게 멈춰 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진도를 내지 못한 탓에 동해안 원전과 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500㎸(킬로볼트)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공사는 현재 전체 공정률이 58%에 그친 상태다. 내년 6월 준공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장기 송전망 건설 지연 사례로 꼽히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계획보다 150개월 미뤄지면서 작년 11월 말에야 준공됐다. 2003년 착공 뒤 지자체 소송과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계획했던 9년의 두 배가 넘는 21년이 지나서야 완공됐다. 국내 최대 바이오 협력 단지인 송도 바이오 산단에 신규 전력을 공급하는 ‘345kV 신시흥~신송도 구간’과 남해 해상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실어 나를 ‘345kV 신장성 변전소’ 등도 모두 계획보다 5년 넘게 공사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전기를 공급하는 ‘345kV 고덕~서안성 송전선로’는 거센 주민 반발 탓에 완공은 사업 추진 10년 만인 2023년에야 이뤄졌고, 송전선 지중화와 송전탑 철거 등에 삼성 측이 750억원을 더 부담하기도 했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의 확산과 함께 전력망 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지만, 지난 1년 사이 달라진 것이라고는 전력망 특별법 통과 하나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