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최악의 경우 약 2주 뒤부터 현금 부족 상태에 들어가고, 5월 말에는 현금 7000억원 이상이 부족할 수 있다고 내다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가 기업어음 등 단기자금이 조달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재무 상태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홈플러스는 신용평가사의 신용 등급 강등 뒤 영업일 기준 하루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일 본지가 입수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3월 17일 184억원의 현금 부족이 발생한 후 지속적으로 악화돼 5월 말일에는 현금 부족 금액이 7395억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었다.

회생법원은 기업이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관리인을 별도로 선임하기도 하는데, 홈플러스에 대해서는 공동대표인 조주연 대표와 김광일 대표가 계속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의 결정에 앞서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 신청서에 “1인을 관리인으로 지명하신다면 대표이사 김광일이 회생 절차의 목적을 추구하는 데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를 지난 2015년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부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금융 채권자들과 이자율을 조정하고, 임차해 쓰고 있는 점포의 임대료를 재조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법원에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채권자들의 동의와 법원의 인가를 받아 회생 계획이 최종적으로 수립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재무 상황이 공개되고, 미납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납품 업체 달래기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대리점에 20일 납품 중단을 공지했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은 19일 홈플러스에 일부 제품을 납품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홈플러스에 상품 대금 선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아직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협력사와 입점주들도 있는 상황에서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달라는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