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약 3조6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한국 증시 사상 유상증자로는 최대 규모다. 유상증자(有償增資)는 주식회사가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다.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통주 595만500주를 1주당 60만5000원(예정 가격)에 신주 발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는 72만2000원이었다. 조달 예정 자금 중 1조2000억원은 시설 투자 자금으로, 2조4000억원은 타 법인 취득 자금으로 쓴다. 이 같은 안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기업의 유상증자 증권 신고서를 기준으로 일반 주주 권익 훼손 우려, 재무 위험 과다 여부 등을 심사한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경제 전체에 활력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최대한 빨리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계획 공시 이후, “유럽 방위비 증가 및 자주국방 추구, 미국 해양 방산 및 조선 산업 기반 강화 움직임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K방산의 해외 거점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달 예정 자금 중 8000억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조선·방산 거점 확보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는 지난 17일에는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방산 기업 오스탈 지분을 확보하며 인수에 나섰고, 작년 12월에는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한 바 있다. 또 1조6000억원은 루마니아 K9 자주포 생산 공장 등 해외 지상 방산 거점 투자에 쓸 예정이다. 9000억원은 국내 스마트 팩토리 시설 및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에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