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캐즘(한시적 수요 감소)을 돌파하기 위한 기술 경쟁에서도 중국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과 대학·연구 기관이 손잡고 자체 생태계를 활용해 캐즘 극복은 물론 차세대 기술뿐 아니라 미래 전기차 생태계까지 주도하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지난 17일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자국 전기차 기업 니오와 ‘배터리 교환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니오는 전기차의 단점인 긴 충전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 2000여 개 넘는 배터리 교환 시설을 만들었다. 작년 공개한 최신 시설은 전기차 배터리를 2분 24초 만에 교체할 수 있다. CATL는 니오와 협력해 배터리 교환 기술 표준을 선점하고, 향후 다른 전기차 브랜드, 모델 사이에서도 배터리 교체 호환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이자 2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는 스마트폰으로 전기차를 제어하는 기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0월 마찬가지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인 오포의 스마트폰으로 비야디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 중국 기업 사이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터리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셀투팩(CTP·Cell to Pack)도 한국, 일본 기업보다 빠른 양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도 앞선다는 평가다.

작년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주요 국가의 ‘지난 20년간 핵심 기술 추적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배터리 연구 성과를 주도하고 있는 상위 30개 기관 중 27곳이 중국에 있다. 2023년 기준 배터리 분야 논문 중 인용 수가 많은 상위 10% 논문 중 약 76%가 중국 연구자의 논문이었다. 이어 미국(5.6%), 한국(3.9%) 순이었다. 2003년 중국 연구의 기여도는 1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