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대표 테마주로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했던 이차전지 기업 금양이 약 2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시총은 6300억원 수준까지 주저앉아 대부분 투자자가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양은 지난 21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금양 같은 상장사는 회사에서 독립된 외부 감사인의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의견 거절은 외부 감사인이 감사 의견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가 돼 주식 거래는 중지된다.
금양이 이에 15일 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금양의 경우, 작년 당기순손실 약 1329억원을 기록했고, 회사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약 6341억원 많았다. 외부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의견 거절 이유로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발포제 제조사였던 금양은 2020년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후발 주자였지만 주식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배터리 아저씨’로까지 불렸던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추천하면서 주가(종가 기준)는 2023년 7월 31일 15만91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 21일 금양은 주당 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점 대비 93.7% 빠졌다.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전기차·배터리 캐즘(한시적 수요 정체)으로 이차전지 관련 주가가 대부분 내렸지만, 금양의 하락 폭이 유독 컸다.
금양이 미래 사업으로 강조해 온 몽골·콩고 등 광물 개발 투자, 원통형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 기술력”이라고 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올해 중 양산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적이 없다.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금양이 보유한 특허는 총 19건인데 그중 5건만 배터리 관련 특허다. 부산에 조성하는 생산 공장도 공사 대금 미납으로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주요 3사가 특허 수만 건을 보유하고도 아직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양산 수율을 잡는 데 고생하고 있다”며 “금양의 장밋빛 전망은 무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