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백악관 비서실장의 딸이 근무 중인 회사를 로비스트로 새롭게 추가하며 북미 대관 라인을 강화했다.
28일 미 연방 상원 로비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지난 17일 로비 회사 ‘콘티넨털 스트래티지(Continental Strategy)‘와 계약했다. 삼성이 운용 중인 기존 로비스트에 새롭게 추가된 이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실세로 꼽히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딸 케이티 와일스가 근무 중인 곳이다. 삼성의 로비스트로는 현 정부 국무부 차관보 후보로 거론됐던 칼로스 트루히요,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 비서실장 출신인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등 주요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비롯해 반도체·전기차 등 각종 보조금 축소·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이 북미 대관 라인을 한층 보강한 것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의 면담을 성사시키는 등 활발한 대미 활동을 벌이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만 해도 전임 바이든 정부가 약 48억달러(약 7조원)의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근거가 되는 반도체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 접수된 기업별 로비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698만달러(약 100억원)를 로비에 썼다. 지난 2020년(333만달러) 대비 4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미주 지역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의 29%를 차지한 핵심 시장으로, 중국(31%)에 이어 둘째로 큰 매출처다.
국내 다른 기업들 역시 미국 로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210억달러(약 3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미 백악관에서 발표한 현대차는 지난해 미 정부 핵심 요직을 지낸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를 글로벌 대외 협력·홍보 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SK그룹은 작년 말 북미 대관 총괄에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을 지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고, LG그룹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 출신의 조 헤이긴에게 워싱턴사무소 소장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