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아트센터. 다음 달 공식 개관하는 이곳에서 열린 ‘GS그룹 창립 20주년 행사‘에 재계 인사 500여 명이 모였다.

GS그룹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와 고 구인회 LG 창업 회장이 1947년 공동 창업한 락희화학공업사가 뿌리다. 이후 LG그룹으로 성장했고, 2005년 허씨 가문의 GS가 여기서 독립하면서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것이다. 당시 경영권 분쟁 등 마찰 없이 조용히 분가(分家)하면서 재계에선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도 ‘허씨‘와 ‘구씨’ 일가의 전·현직 경영인들이 대거 참석해 GS그룹의 20주년을 축하했다. 두 가문뿐 아니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이장한 종근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허씨·구씨 ‘57년 동행’ 밑바탕
GS가 그룹 외부 인사까지 초청해 창립 기념일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주년을 맞은 2015년에도 ‘아직 자축할 때가 아니다‘라는 당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조용히 지나갔다. 31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GS그룹은 기존의 정유와 유통·건설업에서 에너지 발전, 종합상사, 호텔, 벤처투자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현재 자산 80조원대, 매출 84조원대 재계 9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각각 출범 대비 4배,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를 비롯한 디지털과 친환경 중심의 미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허태수 GS 회장을 비롯해 GS칼텍스, GS에너지, GS리테일, GS건설 등 계열사 사장단과 주요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허창수 GS 명예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 등 원로 경영인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구광모 LG 회장, 구자은 LS 회장, 구본상 LIG 회장, 구본식 LT 회장 등 구씨 가문 경영진도 대거 참석했다. 두 가문은 이날 별도로 마련된 ‘가족 공간‘에 모여 서로 격려하고, 협력을 다지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함께 성장한 57년, 미래를 향한 20년‘이었다. GS 관계자는 “허씨, 구씨 경영진의 화합을 바탕으로 한 57년간의 공동 경영이 큰 자산이 됐고, 이를 바탕으로 GS가 20년간 새로운 미래를 그려왔다는 뜻”이라고 했다.
허태수 회장은 “GS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해 왔다”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석유 수출 기업을 키우고, 생활 편의를 높이는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건설 부문에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펼쳤다”고 했다. 이어 “‘변화와 도전‘이라는 자랑스러운 창업 정신을 일깨워 앞으로 더 큰 성장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행사 장소도 두 가문의 인연
이날 20주년 행사가 열린 장소도 두 가문의 인연이 있는 곳이었다. 다음 달 24일 공식 개관하는 GS아트센터는 과거 LG아트센터가 있던 장소에 세워졌다. 그룹 분리 이후에도, 역삼동의 GS타워에 LG아트센터가 계속 세 들어 있었는데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동으로 이전을 하게 되자, GS가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문을 여는 것이다. GS 관계자는 “두 기업의 문화와 정체성이 융합된 이 자리에서 첫 행사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열어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GS그룹의 탄생과 성장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경남 진주여고에 있는 고 허만정 GS 창업주의 동상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해, 허씨와 구씨의 공동 창업 그리고 20년 전의 분리 과정 등이 차례대로 조명됐다. 영상에서 허창수 GS 명예회장은 “오래 논의하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화목하게 분리를 했다”며 “(GS의 출범은) 대한민국 재계의 모범이 되겠다는 정신이 있었다”고 했다.
영상에 이어 벨기에의 비로크(B’Rock)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기념 공연을 선보였다. 비로크 오케스트라는 비발디의 사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전과 혁신의 공존을 꾀하는 GS의 기업 철학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