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러빙 카운티의 퍼미안 분지의 원유 펌프모습./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은 경기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경기 침체 우려에 이틀 연속 급락했고, 미국으로 향하는 자동차 선적은 멈췄다. 8년 만에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 2’는 주문 일정까지 연기했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지난 4일(현지 시각) 4.96달러(7.4%) 하락한 배럴당 61.99달러, 브렌트유는 4.56달러(6.5%) 내린 배럴당 65.58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후 열렸던 전날 장에서 나란히 6%대 급락세를 보인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의 34% 보복 관세 발표(4일)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또다시 폭락했다. 이틀 동안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떨어지며 WTI는 2021년 4월 26일(61.9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브렌트유도 2021년 8월 20일(65.18달러)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스콧 셸턴 유나이티드 ICAP 에너지 전문가는 “WTI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50달러대 중후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해상 물동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일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4월 한 달간 대(對)미국 자동차 선적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이 지난 3일 0시 1분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기로 하자, 전체 매출에서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출하를 한 달간 멈추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7월(3733.8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해상 운임 지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닌텐도가 8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스위치 2’는 오는 9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사전 판매를 미뤘다. 생산 기지가 있는 베트남(46%)과 캄보디아(49%)에 고율의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서 가격 변동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관세의 영향을 받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우리나라도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