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행한 ‘상호 관세’가 9일(현지 시각)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본, 이스라엘 등 주요국 정상들은 미국을 찾거나 전화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며 관세율 낮추기에 전력이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상호 관세 인하를 위해 개별 접촉해 온 국가는 50국을 넘어선다. 상호 관세율이 25%로 결정된 우리나라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미국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다.

7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약 25분간 통화하면서 관세 문제를 협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일본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일방적인 관세가 아닌, 투자 확대를 포함한 쌍방의 이익이 되는 폭넓은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상호 관세 정책은) 일본에 있어 ‘국난(國難)’ 사태와 같다”며 “최대한 빨리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5% 자동차 관세와 24% 상호 관세가 적용되면 올 GDP(국내총생산)가 0.7%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도 안 돼 미국 방문을 또 추진하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17%로 책정된 상호 관세 인하 협상에 나선다. 지난 2일 상호 관세 발표 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외국 정상은 네타냐후 총리가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전화로 관세 인하를 협의했고, 방미 중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관세율이 46%에 이르는 베트남은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고 싶다”며, 다음 달 미국에서 직접 만나 협상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관세율 36%를 통보받은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도 미국산 에너지, 항공기, 농산물 수입 확대 방침 등을 발표했고, 관세율 32%가 예고된 대만도 라이칭더 총통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군수 물자 수입 확대, 대만-미국 양자 간 0% 관세 협정 등을 추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