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김동관 부회장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1조3000억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8일 공시했다.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기 전, 한화에너지가 가진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을 주고 사온 것에 대해 ‘오너 일가 자금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유상증자가 승계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다.
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정정 공시를 내고 총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중,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와 그 자회사 한화임팩트가 맡고 나머지 2조3000억원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한화에너지 등은 4월 중 유상증자 규정에 따르되 시가로 주식을 사오고, 2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 주주들은 시가에서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 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대주주보다 한화에어로 소액 주주가 상대적으로 같은 주식을 더 싸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보게 되는 구조”라면서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부담도 줄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한화그룹은 특히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에 주식(한화오션) 매각 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에 되돌아가는 것이라,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전, 한화에너지 등이 가진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사왔다. 이후 시장에서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는 1조3000억원을 주고 주식을 사오면서, 미래 투자 자금으로 쓴다는 유상증자는 투자자 대상으로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김동관 부회장 등이 100% 보유한 회사에 들어간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승계 자금으로 쓰일 것이란 지적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앞서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결정하고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상증자 자체가 승계와 무관하다는 걸 강조하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