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자, 정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계를 지원하는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 대책’을 9일 발표했다. 수출로 타격을 입은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내 전기차·자동차 수요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각종 보조금 및 세금 인하 혜택도 확대·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행정부는 지난 3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추가 적용하고 있다. 엔진, 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 150개에 대해서도 관세 25%를 내달 3일부터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대미 수출품 1위를 기록한 자동차의 미국 수출액은 총 347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에 수출된 자동차 부품 역시 82억달러로, 수출 실적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출에 차질을 빚을 자동차 관련 기업에 정책 금융 2조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또 관세로 큰 타격을 입을 중소기업에는 ‘긴급 경영 안정 자금’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관세 피해 기업의 법인·부가·소득세 납부 기한도 최대 9개월 연장하고, 관세는 1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출연한 기금을 활용해, 정책금융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이 1조원 규모의 대출·보증·회사채 발행도 지원한다.
국내 자동차 수요를 최대한 이끌어내 수출 타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도 마련됐다. 제조사 할인 금액에 연동하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당초 예정된 올 6월이 아닌 연말까지 시행하기로 하고, 정부 보조금 매칭 지원 비율도 기존 20∼40%에서 30∼80%로 대폭 확대한다.
마찬가지로 상반기까지만 시행하기로 했던 신차 구매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5%→3.5%)은 연말까지 추가 연장을 검토한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올해 구매하기로 한 업무 차량은 상반기 내에 계획 대비 70%, 3분기까지 100% 조기 구매를 유도하기로 했다.
미국에 쏠린 수출 국가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신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에콰도르 등과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조기 발효하고, 멕시코와의 FTA 협상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수출 기업을 위한 ‘수출 바우처’의 올해 예산을 기존 24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추가로 확대한다. 무역보험 한도는 2배로 늘리고 단기수출보험료는 60% 할인하는 혜택도 연말까지 연장한다.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 주행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해 R&D·시설 투자 기업들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을 추진한다. 또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 내 조세 특례가 적용되는 자동차 청정 생산 시설 범위를 도장에서 의장, 차체 등 여타 생산 공정까지 확대한다. 또 레벨4 이상 자율 주행차 판매를 허가하고, 자율 주행 통합 기술 로드맵 등을 올해 안에 내놓는다. 자율 주행 등 첨단 기술 확보와 미래차 핵심 부품 공급망 확충에 5000억원을 투자한다.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조해 관세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세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