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 그룹 프라다가 라이벌 브랜드인 베르사체를 12억5000만유로(약 2조원)에 인수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1978년 잔니 베르사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한 베르사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마녀 ‘메두사’의 머리 모양을 본뜬 로고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베르사체는 지미 추, 마이클 코어스 등을 보유한 미국 패션 그룹 카프리 홀딩스에 2018년 인수됐다가 다시 이탈리아 회사 소유가 됐다.
베르사체는 6년여 전 카프리 홀딩스에 인수될 당시 가격(18억3000만유로)보다 몸값이 30% 이상 낮아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명품 업계의 부진으로 프라다가 베르사체 인수가를 많이 낮출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2025 회계연도 3분기(2024년 10~12월) 기준 베르사체의 매출은 1억9300만달러(약 2798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이번 인수를 놓고 프랑스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이탈리아 업체인 프라다가 몸집 키우기로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발렌시아가, 구찌 등을 소유한 케링은 모두 프랑스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