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알뜰폰 시장이 월 1만원대에 기본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 출시 이후 전체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올 2월 ‘무선 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국내 전체 알뜰폰 가입자(휴대전화 회선 기준) 수는 작년 12월보다 약 16만명이 늘어난 965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약 10만명 증가했다. 국내 알뜰폰은 지난해 통신 3사의 중저가 요금제와 온라인 전용 요금제 대폭 확대로 가성비 경쟁력이 이전보다 약화되면서 월 가입자 증가 수가 5만명 안팎(전월 대비) 수준을 유지하다 작년 12월 역성장(마이너스)까지 기록했는데, 최근 증가세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선 ‘월 1만원대 데이터 20GB’ 요금제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비슷한 양의 데이터를 주는 통신 3사의 상품(성인 대상 일반 요금제)과 비교하면 약 3만~4만원 저렴하다. 지난 2월 스마텔, 큰사람커넥트 등 중소 알뜰폰 업체 2~3곳에서 이를 내놓은 데 이어, 점점 늘어 현재는 알뜰폰 업체 6곳에서 10개 이상의 요금제를 출시한 상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올 7월 중순부터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법)이 폐지되면 통신 3사가 소비자들을 위한 스마트폰 구입 보조금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요즘 같은 상승세가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올 2월 알뜰폰 965만명… 이통 시장의 17% 육박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만 해도 전월 대비 국내 전체 알뜰폰 가입자 증가 수는 10만명 안팎에 달했지만, 이후 알뜰폰 가입자 증가 수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 이후부터 월 5만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다가 작년 12월 알뜰폰 전체 가입자가 949만명으로 전월 대비 약 3만명이 줄어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 3사에 망을 빌려 쓰는 대신 지불해야 하는 도매대가 협상이 부진을 겪으면서 알뜰폰 업체들이 연말을 겨냥해 내놓는 각종 프로모션 요금제가 제때 나올 수 없었던 점 등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올 초 정부가 중재에 나서 알뜰폰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도매대가를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춰주면서 알뜰폰 업체들은 이전보다 더 가성비 있는 5G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2월 말 알뜰폰 업체 2~3곳이 각각 월 1만5500~1만9800원에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월 전체 알뜰폰 가입자는 전월보다 약 10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까지 ‘1만원대 기본 데이터 20GB’ 요금제를 출시하는 알뜰폰 업체가 늘면서 요금제 수가 20여 개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뜰폰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올 2월 17%에 육박하는 16.9%로, 2년 전(13.5%) 대비 3.4%포인트 늘어났다.
◇“7월 단통법 폐지가 변수” 지적도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유지될지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도 많다. 오는 7월 중순부터 그동안 통신 3사의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 경쟁을 제한해 온 단통법이 폐지되는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동안 다른 통신사에서 넘어오는(번호 이동)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이나, 기존 자사 통신사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구매 보조금이 다 동일하지만, 7월 이후에는 차별화할 수 있게 된다. 통신 3사가 알뜰폰 이용자를 다시 끌어오기 위해 번호 이동자를 위한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올릴 경우,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다시 바꾸는 소비자들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지금 통신 3사에선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이 과거와 달리 포화 상태여서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통신 3사 중 한 곳에서 보조금 경쟁을 시작하면 나머지 2곳도 방어를 위해 보조금 경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