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내수 업종으로 저출산과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지목된 국내 식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인기가 치솟으면서 앞다퉈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등이 국내외에서 생산 설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해외 매출 비율이 65%를 넘는 오리온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8300억원을 투자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만 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오리온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리온은 올해 중순 충북 진천군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에 축구장 26개 크기의 생산·포장·물류 통합센터를 착공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46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 2020년 CJ제일제당이 진천에 식품 통합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데 54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식품 기업의 국내 최대 규모 투자다. 오리온은 진천 통합센터에서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시장 등에 공급할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과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2023년부터 해외 법인의 국내 배당을 하고 있는데, 누적 배당액이 64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2900여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러시아와 베트남 등 고성장하고 있는 해외 법인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인기로 공장 가동률이 120%를 넘어선 러시아 트베리 공장 내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데 24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베트남 법인은 1300억원을 투자해 하노이 옌퐁 공장 내 신공장과 하노이 3공장을 새로 짓는다. 오리온 관계자는 “1993년 첫 해외 진출 이래 국내를 비롯해 해외 전 법인이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며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