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주가가 17일 93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작년 4월 17일 26만500원이었는데, 1년 만에 주가가 약 3.6배로 뛰었다. 국내 유가증권에서 1주당 가격이 삼양식품보다 높은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105만9000원)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지목된 내수 업종인 데다, 매출 2조원이 채 되지 않고, 주력 제품도 라면에 집중돼 있는 회사가 주당 100만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삼양식품의 주가 추이를 놓고 실적과 성장세가 맞물려 돌아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작년 매출 1조7280억원, 영업이익 34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9%로 식품 업계 단연 1위다.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 등을 빼고 나면 이런 이익률을 내는 제조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삼양식품이 라면 10개를 만들면 그중 7개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대표 상품인 ‘불닭볶음면’을 접한 글로벌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작년 매출은 2016년 대비 4.8배 뛰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장을 최대로 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만들면 바로 해외로 간다
국내 최초 라면 회사로 한때 시장점유율 70%까지 기록했던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4년 구독자 580만명이 넘는 유튜버 ‘영국남자’가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국 런던 사람들의 반응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국내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가 치솟았다. 영국남자가 올린 영상은 조회 수가 1000만회를 넘었고, 소셜미디어에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도전)를 하는 사람들을 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BTS,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 등 유명 인사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닭볶음면은 글로벌 상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지 13년이 흘렀지만, 인기는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삼양식품이 판매한 라면은 2022년 13억개에서 2023년 15억개로 늘었고, 작년에는 18억개를 기록했다.
작년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77%가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공장에서 만드는 즉시 부산항으로 이동해 전 세계 90여개국으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비율이 각각 27%, 18%에 달한다.
우상향하는 실적에 주가도 발을 맞췄다. 현재 주가가 100만원에 육박하지만, 2016년 말 주가는 4만550원이었다. 삼양식품은 16일 처음으로 시가총액 7조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 기준 59위다.
◇줄줄이 대기 중인 호재들
불닭볶음면은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6월 밀양2공장을 완공해 수출 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해외 1호 공장은 중국에 짓기로 했다. 2027년 중국에 공장을 지어 해외 매출 가운데 29%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발 관세전쟁 속에서도 삼양식품은 충성도 높은 소비자와 독특한 제품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 변경에서 삼양식품이 MSCI 한국 지수에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주식시장 성과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주가지수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수많은 운용사가 MSCI 지수를 좇는 상품을 운용한다. MSCI 지수를 따르는 글로벌 자금은 작년 말 기준 16조9000억달러(약 2경4000조원)에 이른다.
MSCI 한국 지수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기업 81개로 구성돼 있다. 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한국 지수 편입 시가총액 기준점은 4조1800억원으로 추정한다”면서 “삼양식품은 이 기준을 충족해 지수 편입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따르는 ETF 등이 해당 종목을 기계적으로 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