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도입 사업이 또다시 지연됐다. 군함 분야 국내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간의 과열 경쟁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나서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가 갑자기 수의계약으로 ‘알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 어렵다” “현재 상황은 방산 비리, 방산 게이트로 의심된다”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라고 잇따라 압박하자 또다시 연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업계에선 “국회를 장악한 데다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까지 있는 민주당이 나서 이렇게 반발하면 사업을 주관하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반응이 나왔다. 방사청은 24일 오후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 차원의 사업 추진 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 과정을 거친 후 재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민주당 “방산 게이트” 공세에… 북핵 대응할 미래 구축함 도입 더 늦어져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핵심 부대이자 국가 생명줄인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월 창설된 해군 기동함대사령부의 미래 핵심 전력이 KDDX다.

원래 2023년 12월 기본 설계 완료 후 작년 상세 설계와 선도함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니 이미 1년 넘게 지연된 상황이다. 2030년 전력화 예정이었던 KDDX는 올 상반기까지 사업체 결정이 안 되면 2032년에나 전력화가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해군 함정 전력 공백 발생 가능성이 크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한화오션

이번 수주 경쟁에서는 KDDX 후발 주자였던 한화오션이 과거 HD현대중공업의 보안 위반 등을 강조하며 관행이었던 수의 계약 방식 대신 ‘경쟁 입찰’ 방식을 주장했고, 방사청 분과위 위원들도 이견을 보이면서 난항을 이어왔다. 이 바람에 분과위 안건 상정에만 1년이 걸리는 등 프로젝트가 지연돼 오다 이번엔 민주당까지 가세해 수렁에 빠지는 국면이 되고 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관세 전쟁’ 관련 조선업 지원을 점검하기 위해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도 정치권에선 “민감한 시기에 왜 한 기업만 방문하느냐” “현재 KDDX 사업 진행을 중단하라” 등의 뒷말이 나왔다. 특히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방사청 분과위가 열린 당일인 24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K방산을 선도하는 분야에서 방산 비리, 방산 게이트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 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향후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한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사업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으로까지 번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전력화 지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