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시간 36분 24초’ ‘대기 인원 61만584명’

28일 오후 4시 SK텔레콤의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뜬 안내문이다. 같은 시각, SK텔레콤 앱 ‘T월드’에 접속하자 “앱 사용자가 많으니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떴다. 이를 무시하고 앱에서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시도하자 대기 시간이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앱에 뜬 안내문을 보고 이용자들이 인터넷으로 몰린 것이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유심(USIM)을 교체하려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이날부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심 무료 교체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매장에서 당일 확보 물량이 오전에 모두 소진됐다. /김지호 기자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유심(USIM)을 교체하려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이날부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심 무료 교체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매장에서 당일 확보 물량이 오전에 모두 소진됐다. /김지호 기자

이날은 SK텔레콤이 보안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한 첫날이다. 유심 물량이 주말부터 몰려든 고객들로 일찌감치 동나자 SK텔레콤은 “제발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해 달라”며 유심 보호 서비스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몰리자 기본적인 안내마저 차질을 빚는 등 대리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혼선이 이어진 것이다.

◇유심 보호 서비스에 몰린 고객들

유심 보호 서비스는 전문가들과 SK텔레콤이 유심 교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조치라며, 가입을 적극 권장하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가입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 수는 741만명, 전날 오후 6시 기준 554만명에서 하루 만에 187만명이 늘었다. 여기에 이날 중 처리를 약속하고 받은 예약자 숫자 30만명을 합치면, 하루 만에 신규 가입자 규모가 최소 217만명에 이른다. 총 가입자 771만명은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체 가입자(2500만명)의 31% 수준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몰리면서 일부 혼선도 벌어졌다. 앱과 인터넷 양쪽으로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받았는데, 고객들이 워낙 많이 몰리자 SK텔레콤이 수요 분산을 위해 띄운 안내문이 되레 한쪽으로 접속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SK텔레콤 측은 “앱과 웹 양측 모두 서버를 급하게 증설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워낙 신청자가 많이 몰리자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에도 이날 오후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초 유심 보호 서비스는 신청하면 바로 가입됐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져 제때 처리하기가 어렵자 당일 처리를 약속하면서 예약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유심 ‘오전 소진’ 당분간 계속... SKT 이탈자 평소 2배 늘어

28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 점심 시간을 이용해 유심을 교체하려고 직장인 10여 명이 찾았지만, 매장 직원에게 “오늘 들어온 유심 200개가 오전에 다 나갔다”는 설명에 발길을 돌렸다. 유심 교체는 오전 10시부터였지만, 이날 이곳뿐 아니라 대부분의 매장 앞에는 오전 8시부터 가입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유심을 교체한 고객은 23만명(오후 6시 기준), 온라인으로 유심 교체를 예약한 고객 263만명(오후 6시 기준)이다.

당분간 매장마다 유심이 오전에 모두 소진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확보한 유심이 충분치 않아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로선 매장 주변 유동 인구와 평소 이용자 수를 따져 매장별로 적게는 50~80개, 많게는 200~250개 정도밖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바꿔버리는(번호 이동) 이용자가 급증했다. 통신 3사 간 가입자들을 서로 뺏고 빼앗는 경쟁은 매일 벌어지는 일이지만, 해킹 사고 이후인 지난 26일 SK텔레콤 이탈자가 6453명으로 평상시(하루 평균 약 3000명)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심 보호 서비스

각 휴대폰에는 전화번호, 인증 번호 등과 같은 식별 정보가 담긴 유심(USIM) 칩이 1개씩 탑재된다. 휴대폰을 바꾸더라도 이 칩만 옮겨 꽂으면 기존 전화번호를 포함한 식별 정보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만큼, 유심 분실 시 습득자가 다른 휴대폰에 이 유심을 꽂아 원래 주인인 것처럼 악용할 수 있다. 유심 보호 서비스는 이를 막아준다. 유심이 원래 주인의 휴대폰이 아닌 다른 폰에 꽂힐 경우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