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메르데카 대통령궁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아랫줄 왼쪽에서 다섯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한국 주요 기업 고위급 경제사절단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8~29일 신동빈(윗줄 왼쪽에서 셋째) 롯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한 24명의 고위급 경제사절단을 인도네시아에 파견했다. /한국경제인협회

28일 오전 11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메르데카 대통령궁.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한국 주요 기업 고위급 경제사절단이 한자리에 앉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8~29일 이틀간 인도네시아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단장으로 한 경제사절단을 파견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삼성, SK,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국내 주요 기업의 CEO 등 고위 임원 24명이 참여한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작년 10월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후 프라보워 신정부와 국내 재계의 첫 공식 교류이기도 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무역 전쟁 속에서 재계는 신흥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세로 기업 부담이 커지자 이를 해외 시장 확대로 돌파한다는 취지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최근 3년간 매년 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비롯한 광물 자원이 풍부해 국내 기업뿐 아니라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공을 들이는 국가다.

그래픽=이철원

◇새 정부 출범 후 첫 본격 교류

작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교역 규모는 205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 한국 입장에서 인도네시아는 교역 규모가 열셋째로 큰 국가다. 재계가 대규모 사절단을 보낸 건 작년 10월 프라보워 신정권이 출범한 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교류가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경제 단체와 기업들이 뜻을 모아 선제적으로 민간 차원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사절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에게 사절단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2008년 인도네시아 유통 시장에 뛰어들어 점포 48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1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찔레곤시에 39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한 곳이 인도네시아라는 점을 감안해 한경협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당초 사절단은 1박 2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경영자총협회와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경제조정부·투자부·산업부 장관 등을 잇따라 만날 계획이었다. 이날 새벽 5시 대통령 일정이 확정됐다. 프라보워 대통령 측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겠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대규모 사절단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화답한 셈이다.

오찬 간담회는 현지 시각 오전 11시에 시작돼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 사절단은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이미 270조 루피아(약 2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앞으로도 첨단 제조업, 광물 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아세안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의 핵심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가 자원 중심 경제에서 가치 창출 경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했다.

◇자원에 국부펀드까지, 투자 관심 커진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데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핵심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우선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이 5%가 넘는다. ‘아세안+3(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올해 성장률은 5%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는 인도네시아의 내년 성장률이 5.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세안 평균 성장률(4.7%)을 웃도는 수치다.

그래픽=이철원

인도네시아에는 매장량 세계 1위인 니켈을 포함해, 주석·금·코발트 등 주요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만든 새 국부펀드 ‘다난타라 인도네시아’도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을 벤치마킹한 다난타라는 자산 운용 규모가 약 9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달한다. 우선 국가 핵심 프로젝트에 200억달러(약 29조원)를 투자한다. 미래 산업 분야에서 인도네시아로부터 추가 투자도 유치할 수 있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