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가 나흘 새 총 3조원 규모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을 따냈다. 컨테이너선은 중국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對)중국 조선·해운 견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 조선사의 반사 이익 기대가 커지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3~26일 총 2조5354억원에 달하는 컨테이너선 22척을 아시아,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했다고 28일 밝혔다. 계열사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가 각각 16척, 6척을 따냈다.

HD현대미포가 수주한 2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0척, 1800TEU급 6척은 3000TEU급 미만 ‘피더 컨테이너선’이다. 허브 항만과 소규모 항만을 오가는 중소형 선박으로, 원래 중국 조선사가 강한 분야다. 그러나 올해는 HD현대미포가 세계에서 발주된 피더 컨테이너선 33척 중 16척을 수주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25일 아시아 소재 선주와 컨테이너선 2척 건조 계약을 5619억원에 체결했다. 올해 들어서만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척, 셔틀 탱커 9척, 에탄 운반선 2척, 유조선 4척, 컨테이너 운반선 2척 등 18척,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수주했다.

올 1월 출범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자국 조선업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해운업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한국 조선업에 ‘SOS’를 요청한 상황이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 하반기부터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등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로 중국에 맡겼던 선박 발주도 최근에는 물량을 한국에 조금 더 많이 맡기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