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전망

15일 0시(미국 현지 시각) 중국 화웨이로 가던 전 세계의 반도체 공급이 끊겼다. 미국 기술을 활용해 제조한 반도체는 국적을 불문하고 화웨이로 팔지 못하게 차단하는 미국 정부의 대화웨이 수출 규제가 발효한 것이다. 화웨이는 연간 20조원 이상의 반도체를 한국·일본·대만 등지에서 사지 않으면 스마트폰이나 5세대(5G) 통신 장비를 만들 수 없다. 중국의 대표 테크 기업 화웨이가 미국에 의해 몰락할 위기에 처하면서, 세계 최고의 테크 국가로 만들겠다는 중국 ‘제조 2025’ 굴기의 싹이 밟힌 것이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을 만드는 훙하이정밀공업 공장은 일부 라인의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지 공장의 직원을 인용, “반도체가 없으니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다. 일부 생산 라인은 한산하다”고 보도했다. 벌써부터 화웨이 스마트폰의 중국 내 공급량도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 텅쉰망은 “선전시의 대형 상가인 화창페이에서 화웨이폰이 공급난을 빚으며 상인들 간 재고 확보 경쟁이 불붙었다”며 “화웨이 생산 차질을 우려한 상인들 가운데 무려 1000만위안(약 17억원)어치의 재고를 쌓은 곳도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인류가 설계한 가장 복잡한 전자 기기라는 통신 장비 분야의 세계 1위다. 이 기술력이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진출하고도 빅3로 성장한 원동력이다.

화웨이는 창고에 쌓아 놓은 6개월분 정도의 반도체 재고(추정치)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D램, 소니의 이미지 센서, TSMC의 위탁 제조 중 하나만 없어도 첨단 전화기를 만들기 쉽지 않다. 화웨이는 올 2분기 삼성전자를 누르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라 마지막 불꽃을 살랐지만, 내년엔 5위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올해 1억9270만대, 내년 5900만대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3년 이상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중국 테크 견제가 먹히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 사례는 중국 기업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15초짜리 동영상 앱인 중국 틱톡은 ‘미국 시장 퇴출’이라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결국 미국 오러클에 미국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은 오는 20일 미국 시장에서 사용 금지를 당할 처지다.

최근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대중 강경론자로 돌아설 조짐까지 보인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상당 기간 미국 정부의 대중 견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세계 최고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가 스마트폰 반도체 설계 시장의 95%를 장악한 ARM까지 인수, 미국의 아성은 더 공고해졌다.

고립된 중국은 현재로서는 마땅한 반격 카드가 없다. 중국은 줄곧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의 자국 진출을 막으며 토종 기업인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을 대항마로 육성했고 이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찰나에 미국의 벽에 가로막혔다. 국내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한때 미·중이 세계 테크의 양극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미국 테크의 독주가 고착될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계 테크 산업이 구글·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를 앞세운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