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 중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원이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중국 금융감독당국의 보수적 정책기조를 강하게 비판한 데 분노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신문은 상장 중단을 처음 제안한 이가 시 주석인지, 다른 당국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리들을 인용해 “시 주석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마윈의 연설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마윈의 발언을 놓고 시 주석이 자신의 통치와 공산당이 구축해놓은 안정성에 도전하는 행위로 여겼다는 것이다.
알리페이로 유명한 앤트그룹은 지난 5일 상하이·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틀 전인 지난 3일, 돌연 상장 준비절차가 중단됐다. 중국 인민은행과 증권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지난 2일 마윈과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 면담한 지 하루 만이다. 앤트그룹 상장으로 40조원을 조달해 ‘금융 제국’을 확장하려던 마윈의 계획이 상장을 48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중국 당국의 제동에 가로막힌 것이다.
이를 놓고 마윈이 중국 금융 시스템을 비판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윈은 당시 중국 은행을 담보와 보증만 요구하는 ‘전당포’에 비유하며 “중국 금융의 전당포 정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중국)는 규제에는 강하지만 (발전을 지켜보며) 감독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정면 비판해 중국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