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자인 중국 헝다그룹 회장.

디폴트(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던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계열사가 이번에는 970억원 채권 이자를 갚지 못했다. 헝다는 전용 제트기 등 호화 자산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8일 “헝다 계열사인 징청(景程·Scenery Journey)이 예정일이던 지난 6일까지 두건의 달러 채권 이자 총 8249만달러(약 976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위안화 채권 이자는 일부 지급하고 있지만 달러채 이자는 수 차례 미납하고 있다. 달러 채권은 계약서 상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헝다는 달러채 이자 상환 유예 만료일이었던 지난달 23·29일 직전에 이자를 겨우 갚으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오는 10일은 또 한 차례의 부도 위기다. 지난달 11일 예정된 달러채 이자 1억4800만달러(약 1752억원)의 유예 기간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만료일 직전에 이자를 지급하는 줄타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헝다는 공식 부도를 피하기 위해 보유한 호화 자산까지 매각하는 등 다급한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헝다가 보유 중인 걸프스트림 제트기 2대를 지난달 미국의 항공기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총 5000만달러(약 593억원) 이상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이 자신과 회사 명의로 보유한 요트·전용기, 고급 주택 등 호화 자산들의 가치가 4억8500만달러(약 5746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 이자 4억달러를 모두 상환하고 남는 규모다. 중국 정부는 쉬 회장에게 개인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회사 부채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쉬 회장의 재산이 헝다가 얼마나 오랫동안 채무 불이행 사태를 피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됐다”고 전했다.

기존 부동산 자산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단속을 강화하고 주택 판매가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헝다는 약 2조원에 달하는 홍콩 본사 건물을 중국 국영 기업 웨슈부동산유한공사에 매각하려 했으나 웨슈부동산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이어 허성촹잔그룹(홉슨디벨롭먼트홀딩스)에 부동산 관리 계열사 헝다물업의 주식 51%를 26억달러(3조원)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광둥성 정부의 반대로 보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헝다가 유동성(자금)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