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 공습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오히려 반등했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6% 오른 2676.76, 코스닥은 2.92% 오른 872.98에 마감했다. 일본(1.95%)·대만(0.33%) 등 아시아 증시도 전날 급락세를 딛고 상승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92.07포인트(0.28%) 오른 3만3223.83으로 마감했고, S&P500지수는 63.20포인트(1.50%) 오른 4288.70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436.10포인트(3.34%) 급등한 1만3473.59를 기록했다. 이날 주요 지수들은 장 초반에 2~3%대 하락을 보이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오후 1시반(한국시각 새벽 3시반) 이후 상승 급반전했다.
◇예상보다 약했던 제제 수위
바이든 대통령의 제재안에는 세계 1만1000개 은행이 참여하는 달러 기반 국제통화결제시스템, 스위프트(SWIFT)에서 러시아 축출시키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러시아와 해외 금융기관 간의 자금 전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서 러시아 금융·경제 손발이 꽁꽁 묶이게 되는 셈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위프트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것은 옵션(선택지) 중 하나이지만 당장은 시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들이 입을 피해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달러 패권 유지의 기반이 되는 스위프트망의 불안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동맹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등은 “러시아를 스위프트망에서 배제하자”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렇게 극적인 행동은 지지하지 않는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은행 VTB 등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은행 환거래 계좌를 금융 거래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그 규모는 1.4조달러에 달한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에 있는 모든 은행 자산의 80%를 목표로 한다”며 “러시아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강력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러시아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안이 공개되자 오히려 러시아 증시 시간 외 거래는 11% 상승하기도 했다.
◇연준 금리 인상 감속(減速) 기대감
한편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 커졌다.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에 지정학적 불안까지 발생해 자칫 금리를 잘못 올렸다가는 큰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실은 배에 돌멩이를 하나 더 얹으면 바로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갚기 위해 소비가 줄고, 기업들은 대출을 통한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빚 상환에 실패하는 한계 기업도 속출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성장률 하락으로 연결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감속은 기술성장주들에게는 호재다. 기술성장주들의 현재 주가를 평가·산출할 때 높은 금리는 주가 하락, 반대로 낮은 금리는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기술성장주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각각 6.07%, 4.8% 오른 가운데, 애플은 1.52% 상승했다. 넷플릭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6.14%, 5.1% 뛰었고, 알파벳과 메타도 각각 3.94%, 4.57%씩 주가가 올랐다.
극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우크라이나에 파병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증시 약세장 진입 위험은 여전
하지만 긴장감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러시아의 침공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며 “현재보다 5~6% 정도 더 떨어지면 증시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며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폴 크리스토퍼 투자전략 책임자는 “현금이 있더라도 떨어진 주식을 살 때도, 팔 때도 아니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은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달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약화되지 않고 연준의 긴축으로 시선이 옮아가면 또 다시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