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이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로 변하고 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 위축에 따른 생산 감소, 투자 축소로 인한 고용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기 둔화를 불러들일 수 있다는 공포감은 고공 비행하던 국제 유가까지 꺾고 있다.지난 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직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8.2% 급락한 99.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100달러가 붕괴된 것은 두 달 만이다. 이날 영국 북해브렌트유는 9.7%나 추락해 102.77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이 무산됐는데도 유가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던 월스트리트는 올 연말 75~65달러까지 폭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침체 신호는 미국 채권시장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한때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2.792%로, 10년물 금리(2.789%)를 넘어섰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단기 금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은 경기 악화가 예상된다는 뜻이라 ‘불황의 전조’로 통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국)의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지난 5월 월간 무역수에서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독일 통일 이후 1991년부터 이어진 연속 무역 흑자 기록이 깨졌다. 유로존의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20년만 에 최저로 떨어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상반기 무역수지가 66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냈다. 환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6.3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