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구글 본사 건물에서 차로 5분 정도 더 들어가니 서커스 천막 형태에 수만개의 태양광 패널이 마치 용 비늘처럼 덮여 있는 건물 3동(棟)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 문을 연 구글의 새로운 오피스 건물 ‘베이뷰’다.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을 때만 발전이 가능한 일반 태양광 패널과 달리 건물 지붕 위에 5만개가 설치된 패널은 모든 각도에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며 종일 발전한다. 발전량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40%에 달한다. 베이뷰 내부엔 자연광이 내리쬐고 직사광선의 양에 따라 창가리개가 자동으로 여닫힌다. 내부에서는 100% 외부 공기를 끌어오는 자연 환기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사옥들이 태양광에서 전기를 만들고 자연 바람과 지열 등을 통해 건물의 냉난방을 조절하며,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최첨단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절감을 통해 탄소 배출도 줄이겠다는 목표다.
◇이보다 더 친환경일 수 없는 구글 건물
지난 5월 문을 연 구글의 베이뷰는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 친환경 건축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이 건물로 지속가능성의 대표적인 예시를 만들기 원했다”고 했다. 이 건물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관련 건축 기술이 모두 적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은 풋볼 경기장 12개 면적의 땅 15~30m 아래에 2000여 개의 지열 파일을 박아넣었다. 겨울에는 땅속에 있는 열을 끌어올려 난방하고, 여름에는 공기 중 열을 모아 땅으로 배출한다. 아심 타히르 구글 에너지·탄소 디렉터는 “모든 에너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며 “모든 형태에서 에너지 낭비가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9개월간 냉난방 필요 없는 애플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도 자체 에너지원 마련을 통한 ‘제로 에너지’ 빌딩에 도전한다. 미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 ‘애플파크’엔 17㎿(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와 4㎿의 바이오가스 연료 전지 시스템이 있다. 두 시스템이 만든 전기는 전체 건물 전력 사용량의 75%를 충당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 환기 시스템도 갖췄다. 옥상에 거대한 통풍구가 있어 미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외부 공기를 건물 내부로 보낸다. 겨울철을 제외한 1년 중 9개월은 별도의 냉난방 시스템이 필요 없다고 애플은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시애틀 본사 옆 1만㎡ 부지에 북미 최대 지열에너지 센터를 짓고 있다. 땅속 167m(550피트)를 뚫어 875개의 ‘지열 우물’을 만들고, 지열로 데워진 물을 현재 확장 공사 중인 본사 캠퍼스 전체에 열교환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내년 지열에너지 센터가 문을 열면,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사무실 냉난방에 사용되던 전기의 5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존은 2025년 개장 목표로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제2 본사를 지으면서 고성능 유리·차광 시스템을 도입해 냉난방에 필요한 전력의 30%를 줄일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체 에너지원을 마련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갖추는 기업은 이외에도 많다. 메타는 본사가 있는 멘로파크 부지 위에 태양광 패널 지붕을 설치했다. 2017년 신사옥을 건설한 엔비디아는 건설 당시 AI(인공지능)를 통해 통풍과 채광량을 예측, 창문 개수와 크기를 정했고, 내부 온도에 따라 삼각형 모양의 창 245개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높은 건물인 세일즈포스 본사는 외부 창에 저방사율 유리를 적용해 외부 태양열을 차단했고, 바닥에는 공기 조절기를 탑재해 사무실 바닥으로 외부 공기가 들어와 내부 온도 조절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