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 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독 10만명 정도인 일본 이용자들만 원금을 보전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금융청이 미국 FTX의 일본법인에 고객 보호 조치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반면 1만~2만명으로 추정되는 한국 이용자들은 대부분이 FTX 본사에서 거래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FTX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지난 10일 일본법인 FTX재팬에 고객 자산의 보호 조치 없이 임의로 회사를 매각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FTX재팬은 현재 고객이 맡긴 비트코인 등 14종의 가상 화폐 자산과 엔화·달러화 예치금 등 196억엔(약 1900억원)을 모두 콜드월렛(오프라인 가상 화폐 지갑)과 외부 신탁계좌에서 관리하고 있다. 순자산도 9월 말 기준 100억엔(약 960억원) 이상 보유해 자산 상황도 양호하다. FTX재팬은 일본 고객의 원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파산 신청한 FTX 본사와는 정반대다.

파산 신청 후 FTX 본사의 회계를 점검한 결과, 고객 계좌에서 약 80억달러(약 10조7000억원)가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가상 화폐 거래소인 FTX가 고객 자산을 임의대로 활용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극으로 비화하는 FTX 사태에서 FTX재팬만 관리가 양호한 데는 일본 정부가 자금결제법에서 가상 화폐 거래소에 ‘거래소 자체 자산과 고객 자산 간 분리·관리’를 의무화한 규제 덕분이다. 일본 금융청은 미국 FTX가 전 세계 보유 자산의 매각에 들어간 19일보다 한발 앞서 FTX재팬에 ‘고객 자산을 보전할 신용력을 갖춘 인수자’에게만 매각하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반면, 한국에는 일본과 같은 규제가 없다. 가상 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자금세탁방지법에서 범죄 수익의 세탁을 막는 규제를 하곤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부정 거래 방지법은 미비한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