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대 메신저앱인 라인이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의 설립을 포기한다. 네이버가 만든 ‘라인’은 일본에선 우리나라 카카오톡과 같이 사실상 메신저 시장을 독점한 앱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로 금융 시장에 진출한 것과 같이, 라인 뱅크 전략을 폈지만 결국 포기한 것이다. 배경엔 일본 인터넷은행 시장 진출 시점이 너무 늦어진 것과 함께 같은 그룹사에 이미 ‘페이페이뱅크’가 존재해 중복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라인과 일본 대형금융기관 미즈호금융그룹은 인터넷 전문은행 ‘라인뱅크’의 설립을 포기하기로 내부 결정했다. 미즈호금융그룹은 30일 경영회의를 열고 라인뱅크 설립 포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라인과 미즈호는 5년 전인 2018년 11월에 공동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준비회사 지분율은 미즈호가 66.6%, 라인이 33.4%였지만, 의결권 비율은 각각 50%씩이었다.
당시 설립 목표는 2020년이었다. 하지만 시스템 개발 등에 연이어 실패하며 2022년으로 연기했지만, 지금까지도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했다. 5년 전 발표 당시엔 젊은 층 대부분이 라인을 쓰는 상황에서 일본 미즈호까지 합세해 일본 금융시장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로는 시스템 개발도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끝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경영진으로선 ‘이제 들어가 봐야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인뱅크 설립이 지연되는 동안에 일본에선 라쿠텐은행을 포함해 혁신적인 인터넷은행들이 속속 등장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쿠텐은행은 1300만개 계좌를 확보한 상태다.
라인 입장에선 ‘그룹 내 중복 진출’이란 현실론도 크다. 2019년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는 각각 자회사인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해 Z홀딩스를 출범했다. 라인뱅크가 주춤하는 사이에 본래 소프트뱅크에서 성장한 간편 결제 ‘페이페이’는 ‘페이페이은행’에도 진출한 상태다. 한발 늦은 라인뱅크는 그룹 입장에선 2번째 인터넷은행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