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장기국채 금리가 통제 범위인 연 0.5%를 넘어서도 연 1% 수준까지는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16년부터 10년물 국채 금리가 기준선인 연 0%에서 일정 수준까지만 움직이게끔 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최근 엔저(低) 등이 심해지자 완화적 통화정책 강도를 크게 낮췄다. 투자자들은 일본도 사실상 긴축으로 선회하는 신호라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YCC 정책을 일부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은 연 0.5%로 유지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기준을 벗어나도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10년물 금리 변동 폭 상한을 0.25%에서 0.5%로 높였는데, 이보다 더 올라가는 걸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용인 범위에 대해 “연 1%를 넘어설 경우 개입할 것”이라고 답하며 “(YCC 정책의 후퇴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은 끈질기게 이어가겠다”고 했다. -0.1%인 기준 금리는 동결했다.

그간 일본은행은 10년물 금리가 연 0.5%를 웃돌면 국채를 대거 매입해 금리를 즉각 떨어뜨리는(채권 가격 상승) 조치를 취해왔다. 금융채 등 각종 시장 금리에 영향을 주는 10년물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7년 넘게 이어진 ‘마이너스(-) 기준 금리’ 아래에서도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경제가 반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잇따르며 10년물 금리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자 한발 물러서기로 한 것이다. 엄격한 YCC 정책 탓에 극심한 엔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일본은행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발표 후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연 0.441%)보다 0.109%포인트 오른 연 0.55%(오후 6시 기준)를 기록해 연 0.5% 위로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전날보다 0.14엔 내린(엔화 강세) 139.6엔에 거래 중이다.

한편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시장에 큰 혼돈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일본은행의 결정에 대해 “미 국채의 최대 매수 세력인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를 사들이는 쪽으로 선회하며 미 국채 시장의 궤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