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샤케(연어)와 참치 마요네즈 등 두 종류의 오니기리(주먹밥) 가격을 최대 27%까지 할인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오니기리는 한국의 삼각김밥처럼 편의점 대표 메뉴이고 샤케와 참치마요네즈는 최고 인기 상품이다. 이에 따라 이들 상품을 131엔(약 1240원)에 사먹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지난 6월 오키나와에서 시험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오니기리 전체 매출까지 20% 이끌어주는 효과를 확인하면서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밀려오며 세계 곳곳에서 ‘저가 경쟁’의 막이 오를 조짐이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에 세계 경제를 괴롭힌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가운데 소비자의 주머니에 민감한 기업들이 발 빠르게 초저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벅스 매장에는 크루아상과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들로 붐볐다. 스타벅스가 기간 한정으로 선보인 저가 패키지 ‘페어링 메뉴’를 구매한 것이다. 원래 버터 크루아상 한 개가 5.15달러(약 7000원)인데, 페어링 메뉴는 5달러(약 6790원)에 빵과 음료를 함께 제공한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5월 매주 금요일마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커피 등 일부 품목을 50% 할인했다. 비싼 커피 가격 탓에 소비자들이 스타벅스에 잘 오지 않자, 저가 상품이란 유인책을 낸 것이다.
햄버거 체인인 맥도널드와 버거킹, 웬디스 등도 저가 상품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맥도널드는 지난 6월 맥더블 햄버거, 감자튀김, 치킨너겟 네 조각, 음료 등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5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버거킹도 지난 5월부터 ‘5달러 식사 프로모션’을 내놓은 상황이다. 웬디스는 지난 5월 양념 감자와 잉글리시 머핀을 제공하는 아침 콤보 메뉴를 3달러(약 4080원)에 내놓기도 했다.
원재료값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세계 공통 현상이다. 일본에서 편의점 오니기리는 원재료인 쌀값이 급등하면서 2020년과 비교해 가격이 24%나 올랐다. 고물가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도 식음료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 할인에 나서는 것은 저가 상품으로라도 매장으로 오도록 유인하지 않으면 손님이 아예 끊길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비싼 커피와 햄버거에 견디지 못한 소비자들이 체인점을 외면하기 시작하자,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이 고객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5달러짜리 식사’라는 마법의 숫자를 등장시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