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순자산이 올해만 2000억 달러(286조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중 1700억 달러(243조4000억원)가 미 대선 이후에 늘었는데,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원하는데 2억 7700만 달러(4000억원)를 투자해 600배 이상 수익을 거둔 셈이다.
1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지난 13일 기준 전 세계 부자 순위 1위인 머스크의 자산은 약 4420억 달러(633조324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머스크의 핵심 자산인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5일 251.44달러(36만원)에서 지난 13일 436.23달러(62만원)로 73.5% 급등했다. 머스크는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고 후원하면서 기업과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약속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하자마자 지지를 선언, 선거 자금을 투입해 ‘대통령 트럼프’를 만든 1등 공신이다. 로이터는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최근 집계치를 인용해 머스크가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에 2억3900만 달러를 기부했고, 트럼프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홍보한 단체 ‘RGB 팩’에 2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또 머스크는 경합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100만 달러(약 14억원)’ 상금 추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공세를 펼쳤다.
브라이언 휴즈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머스크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오는 기업 리더이고 우리 연방 관료 조직은 그의 아이디어와 효율성으로부터 확실히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와 트럼프를 두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는 훌륭한 친구이자 뛰어난 리더”라고 언급했다. 미 투자회사 딥워터 자산관리의 관리 파트너 진 먼스터는 “머스크는 목을 걸고 큰 도박을 했고 그는 옳았다”며 평가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됐으며, 내각 인사에도 관여하는 등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수익률’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머스크가 트럼프의 충성스러운 정치적 동맹이 되면서 머스크 기업 제국은 트럼프가 약속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서 자신의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례로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는데, 테슬라가 2027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사이버캡’에 대한 연방정부 승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운전자 지원 기능이 있는 차량 관련 충돌에 대한 연방 보고 요구사항 폐지를 권고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테슬라가 반대해온 정책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분석가는 “트럼프는 향후 12~18개월 동안 자율주행 및 AI(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고 이는 테슬라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도 우주기업 ‘스페이스X’,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인공지능 기업 ‘xAI’ 등 4개 민간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스페이스X와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맡을 정부효율부의 규제 완화로부터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기술 기업에 유리한 정책이 머스크의 순자산 증가 등과 맞물리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윤리적으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우리의 공공 도로가 세계 1위 부자가 소유한 회사의 거대한 테스트 시설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