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4일 단행된 일본의 금리 인상이 당장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7월처럼 엔 케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의 자산, 특히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로 인한 급격한 증시 폭락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작년에 이미 엔케리트레이드가 청산이 됐고, 지금은 당시보다 엔화가 가치가 낮고,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굳이 미국 자산을 팔아 엔화로 바꿀 요인이 없다”며 “엔케리 트레이드로 인한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초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10년물 국채 기준)는 2.94%포인트였는데, 이달(22일 기준)에는 이 격차가 3.14%포인트로 확대됐다. 엔·달러 환율도 146엔에서 155엔으로 오르면서 엔 가치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일본의 금리 인상 직후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시장에서는 작년 일본은행 금리인상 후 발생한 급격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시장충격 재발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작년에는 미국과 일본간 금리격차가 적었고, 엔화도 강세였던 반면, 지금은 그때보다 금리격차가 커지고 엔화도 약세여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유인은 낮다”고 분석했다.
우리 증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일본 금리 인상은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에 호재다. 일본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악화하는 대신 일본 수출 종목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증시 수출 관련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와 도요타 자동차처럼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제조업 수출경합도(2022년 기준)는 64.7로 미국(64.3), 중국(58.1), 독일(57.8)을 제치고 주요 수출국 가운데 경쟁 강도가 가장 높았다. 수출 경합도가 높다는 것은 두 나라가 동일한 시장에서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과 증시에 상장돼 있는 대형주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은행 최진호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상승은 이론적으로는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현재 트럼프로 인해 전세계 무역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고 말했다.
일본 자산의 매력도가 높아져 글로벌 자금이 일본으로 쏠리면서 우리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은행 신한PWM판교센터 정문영 팀장은 “과거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각국의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악재”라며 “특히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우리나라 증시 예외없이 조정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