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관세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봉쇄에 돌입했다. 블룸버그는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3국을 대상으로 소액 면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액 면세 제도를 이용해 미국 시장을 잠식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을 틀어막기 위해 관세 폭탄을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1938년에 일정 금액 이하의 물품에 대해서는 면세하는 소액 면세 기준(De minimis)을 마련했다. 개인이 선물 용도 등으로 수입하는 것까지 세금을 부과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현재 800달러 미만의 물품이 면세 대상이다.
100년 가까이 지속된 이 제도를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세 확장에 활용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등에 따르면 소액 면세 제도를 이용해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물품은 연간 3억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테무를 사용하는 미국 사용자는 5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은 최근 미국 패스트패션(유행에 따라 빠르게 의류를 제작·유통하는 것)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작년 미국 애플 앱 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테무는 1위, 쉬인은 12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중국 이커머스를 견제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잘사는 나라가 비용을 더 부담하는 구조인 만국우편연합(UPU)의 우편 체계를 적극 활용하자, UPU에서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UPU는 결국 2019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싼 가격에 국제 우편으로 미국에 물건을 보내는 데 제동을 건 것이다.
이미 몸집을 키운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우편이 아닌 기존 물류망을 활용해 미국 시장 공략을 계속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시작과 함께 중국발 저가 물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특단의 방식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전 대통령 때부터 소액 면세 제도의 남용으로 미국 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견제 장치를 더욱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NBC는 “(알·테·쉬의 경쟁사인) 아마존, 이베이 등 미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연간 3억건이 넘는 중국발 물건을 일일이 확인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게 행정적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이커머스 제품이 세관을 통과하는 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 조치가 아닌 ‘협상용 카드’로 소액 면세 제도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액 면세 기준(De minimis)
라틴어로 ‘너무 사소해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데, 미국 관세 분야에서는 소액 면세 기준을 뜻한다. 미국은 국민이 최소한의 부담으로 작은 선물을 수입할 수 있도록 1938년 면세 기준을 마련했다. 2016년 지금과 같이 800달러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