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들이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하면서 로봇 수천 대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6곳이 각각 1000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총액은 45억위안(약 876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트리, 유비테크, 애지봇(즈위안로보틱스), 갤봇, 중칭 로봇테크, 러쥐로봇 등이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인 기업에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올해 각각 1000대 이상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산업용과 연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가정용 로봇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과 자율적 상호작용 능력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 규정, 기술 등 다방면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테슬라도 올해 수천 대의 옵티머스 로봇 생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 상당수를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생산 계획이 관세 정책 변화에 취약한 상황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는 신규 기업 진입도 활발하다. 테슬라와 오픈AI 출신 엔지니어들이 최근 중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로봇 벤처를 시작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중국의 로봇 공급망도 이러한 발전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라며 “중국 로봇 산업은 인공지능 붐과 기술 자립 정책에 힘입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 연구 분석 기관인 세미어낼리시스는 최근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이룬 파괴적 영향력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매체는 중국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유니트리 로보틱스를 조명했다. 유니트리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항저우에 1만m² 규모의 신공장을 가동했다. 회사는 향후 3~5년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황지아웨이 마케팅이사는 매체에 “무작위로 생산량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근무 시간과 효율성을 높여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h1’은 중국중앙TV(CCTV) 춘제 갈라쇼에서 춤을 선보이며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이 모델은 지난 2월 온라인에서 65만위안(약 1억2600만원)에 한정 수량이 예약 판매되면서 순식간에 품절됐다.
중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과시하는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가 개최됐다. 첨단 제조업 허브인 E-Town에서 열린 21.1km 하프 마라톤에는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가해 인간 선수들과 경쟁했다.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 울트라’ 로봇이 2시간 40분의 기록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대회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20대 중 완주에 성공한 로봇은 6대에 그쳤다. 트렌드포스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율 주행, 동작 제어, 에너지 지속성 등에서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로봇 관련 표준과 법률·규정 등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이달 초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국가 표준을 공식 승인했다. 트렌드포스는 “표준화는 산업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국가 표준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며 “국가 표준은 산업 기술 지표를 표준화하고, 기술 장벽을 낮추며, 산업이 대량 생산을 실현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