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 로비. 급하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들어간 호텔에는 컴퓨터를 켜놓고 ‘랜선 근무’ 중인 30대 직장인들이 여러명 눈에 띄었다.
이날 호텔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최근 회사에서 ‘재택 근무’ 체제를 다시 시작했는데,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로 커피숍까지 막혀버려 호텔까지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는 업무 효율이 떨어져, 일단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며 “요즘은 호텔도 한산하기 때문에 안심된다”고 했다. 통유리창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호텔업계가 재택 근무에 답답함을 느끼는 직장인을 위한 ‘재텔 근무’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서울 회현동 레스케이프 호텔은 이달부터 12월30일까지 워크케이션(work+vacation) 패키지를 판매한다고 3일 밝혔다. 매주 월~목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호텔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26층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7층 커피숍에서는 외부 고객과 비즈니스 미팅도 가능하다.
월급쟁이들이 여러차례 찾아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용은 결코 아니다. 12시간 머무르는데 15만원, 다음날 12시까지 투숙하는 비용은 25만원부터다.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여 하루쯤은 ‘플렉스(flex·돈을 펑펑 쓰기)’하고 싶은 직장인을 공략한 상품으로 보인다.
이보다 반값인 ‘재텔' 근무 상품도 나오고 있다. 서울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마포,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에서는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를 다음달 말까지 판매한다. 오전 8시 체크인해 당일 오후 7시에 체크아웃하는 상품으로 가격은 7만5000원. 블루보틀 싱글 오리진 커피캔과 오뚜기 진짬뽕, 진짜장, 뿌셔뿌셔 과자를 제공한다. 3만원을 추가하면 투숙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도 7만 4000원짜리 재텔 근무 상품을 운영 중이다. 오전 8시부터 최대 12시간 객실에 머무르며, 피트니스 센터, 실내 수영장, 사우나(2인)를 이용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을 내면 맥주 2캔과 프렌치 프라이, 치킨 윙, 새우튀김 등을 제공한다.
서울 인사동 목시 호텔도 오전 8시 체크인 후 당일 저녁 7시 체크아웃 상품을 출시했다. 2층 고객 전용 라운지에서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이 밖에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등도 반나절 투숙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급 호텔에서 ‘반나절' 대실 상품까지 내놓은 것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이 뚝 끊긴데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호캉스’ 수요도 주춤하고 있어 호텔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 근무족을 위한 반나절 상품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