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2년 전 실시한 자동차 좌석 커버 환경 호르몬 실험 결과에서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인조가죽 같은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이다. 피부에 장시간 노출되면 생식기능이 저하되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과 시민단체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은 2018년 5개 자동차업체의 좌석 커버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검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인조가죽 커버 4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당시 실험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어린이 제품 사용 제한 기준(중량 대비 함유량 0.1% 미만)과 비교해 250배에서 최대 300배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이같은 시험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해 소비자원은 자동차업체들에 시험 결과를 알렸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원측은 “당초 발표를 염두에 두고 실시한 조사가 아니었다”며 “좌석 커버의 경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한 법적 제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검출 사실을 공개할 경우 자동차업체들에게서 소송을 당할까 우려돼 검사 결과를 비공개했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금이라도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한 데 대해 사과하고, 당시의 시험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관계부처는 자동차 좌석 커버의 유해물질 제한기준이 하루빨리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