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주문·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올 초부터 서울 강남 일대를 시작으로 치열한 배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출혈을 감수하고 배달원에게 파격적인 배달 수수료를 지급하며 ‘배달 1번지'인 강남 쟁탈전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3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최근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지역에서 배민 전속 배달원이 하는 배달을 모두 ‘번쩍 배달’로 바꿨다. 번쩍 배달은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다른 주문은 처리하지 않고 해당 음식만 45분 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다. 통상 배민 배달원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동선이 겹치는 2~3곳 주문을 묶어서 배달한다. 배민은 번쩍 배달을 하더라도 배달원 수입이 줄지 않도록 건당 수수료를 최대 1만5000원까지 올렸다. 다른 지역의 2~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처럼 1개씩 따로 빨리 배달하는 서비스는 쿠팡이츠의 전매특허였다. 쿠팡은 많은 배달원을 확보하려고 강남 일대 배달원에게 1건당 최대 3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쿠팡이츠 이용자 수(추정)는 작년 1월 27만명에서 12월 294만명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배민(1715만명)과 요기요(774만명)에 이어 확고한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각이 결정된 요기요의 경우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못 하고 있는데, 쿠팡이츠는 요기요 점유율을 뺏어오려고 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배달음식을 가장 많이 시켜 먹기 때문이다. 배달 시장에서 강남 4구의 비중은 15%가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배민과 쿠팡이츠 간 전(錢)의 전쟁은 뒤에 버티고 있는 독일과 일본 자본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작년 말 배민을 최종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배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쿠팡이츠의 모회사인 쿠팡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7억달러(약 3조)를 투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