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장을 신청한 쿠팡이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보유 주식에 ‘일반 주식 29배’에 해당하는 ‘차등 의결권’을 부여한다고 신고했다. 김 의장은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쿠팡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청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장이 가진 주식 하나하나가 주주 총회에서 일반 주식 29주씩과 똑 같은 의결권을 가지는 ‘수퍼주식’인 것이다. 현재 김 의장 등의 쿠팡 지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쿠팡은 김 의장이 이 주식을 매각 또는 증여·상속하면 이 같은 차등의결권을 무효화해, 일반 주식과 똑같이 만든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구글·에어비앤비·스냅 등 글로벌 주요 테크기업들 창업자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장 때 1주당 10~20배의 차등의결권을 받았다.
이와 함께 쿠팡은 자사 배송 기사인 ‘쿠팡맨’(또는 ‘쿠팡친구’)들에게 최대 1000억원대 자사주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상장 신청서에서 밝혔다. 단순 평균으로 1인당 200만원 정도다.
쿠팡은 자사의 인력 정책에 관한 설명에서 “우리의 직원들과 일선 근무자들은 쿠팡의 중추이며 성공의 이유”라며 이들에 대한 보상 계획을 밝혔다. 쿠팡은 “우리 회사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축하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일선 근무자들이 우리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고생한 점을 감안해, 우리는 일선 근무자와 비(非)매니저급 직원들에게 최대 총액 1000억원대 주식 보상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해당 보고서에 밝힌 쿠팡의 직원은 5만명이다.
한국 자본시장법은 증시에 상장하려는 법인에 대해, 모집하려는 주식 총 숫자의 20%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정하도록 규정한다.
미 증시에 상장될 쿠팡의 주식 수량, 공모가격 범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쿠팡 평가 가치가 최대 55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이런 결과를 쿠팡이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해 이룬다면 20%에 해당하는 11조원을 우리사주 조합에 배정해야 한다. 하지만 미 증시에 상장하는 쿠팡은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증권사 관계자들은 “쿠팡이 미 증시 상장으로 한국 증시의 여러 규제를 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 쿠팡은 적자 규모가 너무 커서 한국 증시 시장에는 상장 요건을 맞추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NYSE 상장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쿠팡은 계속되는 적자에도 ‘로켓배송’과 ‘쿠팡이츠’로 대표되는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해왔다. 쿠팡은 지난 201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이사로 영입하는 등 최근 외국인 임원을 잇따라 기용해왔다. 국내 사업에 치중하던 쿠팡이 이런 행보를 보일 때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적자 구조 해소를 위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주식 수량, 공모가격 범위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뉴욕증시 종목 코드는 ‘CPNG’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상장 기업들의 절차를 따른다면 쿠팡은 곧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장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뚜렷한 변수가 없으면 쿠팡의 기업공개(IPO)가 3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작년 코로나 사태로 쿠팡 매출은 대폭 성장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내는 상태다. 쿠팡은 이날 S-1 등록서류에서 지난해 매출 119억7000만달러(약 13조3000억원), 순손실 4억7490만달러(약 5257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손실은 전년도 6억9880만 달러에서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대 평가 가치를 500억달러(55조3500원)로 추산했다. WSJ는 “2014년 알리바바 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최대 규모의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상장한 알리바바 그룹의 IPO 당시 기업가치는 1680억달러(약 186조원)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업계 관계자를 인용, “쿠팡이 NYSE 상장을 통해 500억달러 이상의 시장가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