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가 진화하고 있다. 불고기나 비빔밥 등 해외 한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내세운 한식의 유행이 ‘K푸드 1.0’이었다면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한국 식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푸드 2.0’ 시대가 왔다.
작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면서 조리하기도 편한 가공식품과 간편식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7.7% 늘어난 75억7000만달러(약 8조3648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가공식품의 활약이 돋보였다. 라면(6억400만달러)과 떡·즉석밥 등 쌀 가공식품(1억3760만달러)의 수출이 전년에 비해 각각 29%, 26.9% 올랐다. 코로나 이전부터 현지화를 통해 기반을 다져놓고 있던 K푸드가 지난해 상승세에 올라탄 것이다.
◇K푸드 2.0 ‘한식=불고기’ 공식 깼다
K푸드 2.0의 특징은 ‘한식=김치, 불고기’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것이다. 간편식이나 과자 등 가공식품이나 떡볶이, 치킨처럼 전통 음식이 아닌 식품도 모두 K푸드로 성공을 거뒀다.
CJ제일제당이 내놓은 냉동 만두 ‘비비고’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이 중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미국 내 매출은 2019년 이미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미국인에게 익숙한 중국식 만두인 ‘덤플링’은 만두피가 두껍고 고기 함량이 높은 편인데 비비고 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채소가 많이 든 만두’라는 점을 내세우며 건강한 음식이란 인상을 줬다.
2017년 수출액이 줄기도 했던 과자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기호 식품인 과자의 성공 비결은 현지화였다. 오리온의 경우, 러시아에선 잼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베리잼이 든 ‘초코파이’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 중국 향신료를 활용한 ‘꼬북칩 마라룽샤(새우)맛’, 진한 초콜릿 맛을 좋아하는 베트남 시장을 겨냥한 ‘초코파이 다크’ 등도 현지화의 결과물이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효과도 톡톡
지난해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11억4000만달러)을 제치고 K푸드 수출국 2위에 올랐다는 점도 K푸드 2.0의 특징이다. 지난해 미국(12억달러)에 대한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동남아 지역(15억6000만달러)에 대한 수출도 9.1% 증가했다. 미국과 동남아 수출의 강세는 K드라마, K팝 등 한국 대중문화가 K푸드 2.0을 이끌면서 생겨난 변화다.
2020년 농심의 미국 법인(3억2600만달러)이 중국을 누르고 해외 사업 1위가 됐다. 지난해 미국 법인의 라면 매출은 2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5% 증가했다. 농심의 라면 제품을 섞어 만든 ‘짜파구리’는 ‘기생충’이 북미와 유럽에서 개봉할 때마다 유튜브와 SNS에서 화제가 됐다.
삼양라면의 경우 매운맛으로 유명한 ‘불닭볶음면’이 해외 매출 신장의 일등공신이 됐다. K팝 스타 방탄소년단이 자주 먹는 라면으로 알려진 것도 해외 판매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동안 K푸드에 끼지 못했던 분식 ‘떡볶이’도 K팝과 드라마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 급부상했다. 베트남에 83개 편의점을 낸 GS리테일에 따르면 현지 점포의 작년 즉석 음식 중 매출 1, 2위는 각각 매운 떡볶이와 짜장 떡볶이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