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Dr.G)’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피부화장품 전문기업 ㈜고운세상코스메틱은 군계일학(群鷄一鶴) 같다. 먼저 2015년 14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555억원으로 불었다. 5년 만에 1410억원 넘게 수직상승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화장품 대기업들이 역성장한 것과 반대로, 이 회사는 5% 플러스 성장을 했다.

2016년 이후 최근 5년간 연간 평균성장률은 50%에 달한다. 군납(軍納) PX 시장에서 ‘Dr.G’의 달팽이 크림 등은 최고 인기를 구가한다.

피부과 전문의 출신으로 창업해 올해로 22년째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안건영 대표/고운세상코스메틱

◇자율출퇴근제, 11일 휴가, 연봉의 47%를 인센티브 지급

기업 문화도 상상 이상으로 ‘파격'적이다. 작년말 이 회사는 실적 달성 축하 의미에서 모든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코로나 특별 격려금을 주고 LG스타일러 한 대씩을 전달했다. 작년 12월23일부터 11일간 특별휴가와 올해 2월에는 기본급 대비 467%의 성과급도 줬다. 연봉과 별도로 작년 연봉의 평균 47%를 인센티브로 나눠준 것이다.

직급과 존칭을 없애고 영어(英語) 이름을 쓰는가 하면, 7.5시간 근무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자율출퇴근과 주거대출지원, 대학원 학비 지원, 어학·취미활동 관련 교육비 지급 같은, 중소기업에서 드문 공격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피부과 의사 출신인 안건영(56) 대표가 2000년 세운 이 회사는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s)을 결합한 ‘더마코스메틱' 기업이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선크림(자외선차단제)과 피부 진정용 크림이다. ‘Dr.G’ 브랜드로 세계 30여국에 수출 중이다. 2021년 4월 9일 경기도 분당 소재 본사에서 안건영 대표를 만났다.

경기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고운세상코스메틱 본사 내부 모습. 회사의 미션(mission)이 정중앙 복도 벽에 큰 글씨로 길다랗게 적혀 있다./송의달 기자

◇ “구성원 개인이 성장해야 회사도 성장한다”

- 최근 5년간 성장세가 돋보인다. 비결이 궁금하다.

“운(運)이 좋았고, 피부 전문의 출신 경영자인 것도 유리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이라면 ‘사람’, 즉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개인이 성장해야 회사도 성장한다.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 “구성원의 힘으로 회사가 성장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예컨대 우리 회사는 워크숍을 할 때 전체 다 모여 하는 집단적·획일적 워크숍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 발발 전까지 4박5일동안 4명씩 한 팀으로 해외로 나가 자율 워크숍을 해왔다. 팀원들이 방문지를 정해서 여행과 힐링을 하며 사진 등을 찍으며 회사와 개인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본사 사무실 벽과 기둥에 새겨 놓은 20여개의 ‘고운세상 워크웨이(Work Way)’ 구호를 가리키며 “이런 글귀들을 워크숍에서 20대 후반~30대 초반 대리급 이하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모두 정했다”고 말했다.

본사 사무실 기둥과 벽에 적혀 있는 '고운세상 워크웨이(Work Way)' 가운데 일부/송의달 기자

◇매월 1회 조회...회사 신조 외치며 일체감 다져

실제로 사무실 기둥에는 “회의실은 영화관이 아니예요. 일정은 구글에게 물어봐요. 대충하지 않아요. 안하는게 더 나빠요. 잔소리는 짧게, 칭찬은 길게” 같은 구호가 새겨 있다.

- 너무 내버려 두는 게 아닌가. 임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노력은 없나?

“매월 한 번 국내 직원 160여명이 한데 모여 전체 직원 조회를 한다. 조회를 마친 다음 7개항의 ‘고운세상 크레도(Credo·신조)’를 외치며 일체감을 다진다.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는 학습, 도전과 개선, 소통 이 세 개이다. 이 핵심 가치도 내가 정한 게 아니다. 임직원 워크숍에서 조별(組別) 토의를 거쳐 채택돼 선정했다.”

안 대표는 회사의 성장 엔진으로 2013년부터 올해 9년째 하고 있는 ‘독서 경영’을 꼽았다.

-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독서 경영법’이 있는가?

“매월 책 한 권씩을 읽은 뒤 그달 25일까지 네이버 밴드(band)에 독후감을 올린다. 한달은 회사 공통 의무도서를, 한달은 팀내 직무 관련 도서를, 한달은 개인 자율도서를 읽도록 한다. 우수 사원을 뽑아 포상을 한다. 나도 독후감을 올리고, 직원들이 50명 될 때까지는 일일이 의견을 달아주곤 했다. 지금은 구성원이 많아져 내가 의견을 적지는 않는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3년부터 매월 책 한권씩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학습 경영'으로 조직 문화를 고도화하고 있다. 본사 내부 서가에 그동안 읽은 도서들이 진열돼 있다./송의달 기자

◇“독서·학습 통해 ‘業의 가치' 깨닫고 업무 몰입”

자율과 자발성을 존중하는 문화에다 ‘학습 경영’까지 가미돼 ‘닥터 G’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국내 화장품 유통채널 올리브영에서 30% 넘게 늘었다. 중국 온라인 쇼핑채널에서는 매출이 360% 급증했다. 복종과 획일 보다 자율과 창의를 장려한 결과인 셈이다.

안 대표는 “10년 가까이 독서와 학습 경영을 하면서 나도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업(業)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만한 차이가 난다”고 했다.

“업의 가치를 확인하고 업무를 하면 생산성 향상과 사회에 선(善)한 영향력 행사 같은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매년 연구개발(R&D)에 3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피부타입 진단 프로그램 ‘마이 스킨 멘토(My Skin Mentor)’가 대표적이다.

'Dr. G'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는 존칭이나 직급 이름이 없는 대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근무 책상 위에도 영어 이름이 붙어 있다./송의달 기자

이 프로그램은 35개 항목의 설문 응답과 스마트폰으로 피부 사진 촬영 등을 통해 개인별 피부 특성 데이터를 모은 것이다. 201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30만명분의 개인 피부 데이터를 쌓았다. 안 대표는 “올해 9월 AI를 이용한 피부 진단 서비스를 완성해 피부 타입 진단과 처방치료, 후속 서비스(팔로우업)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비싼 화장품도 개인 피부에 안 맞으면 毒이다”

- 이런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아무리 고가(高價) 화장품이라도 개인의 피부에 맞지 않으면 독(毒)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화장품 사용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일종의 ‘개인 맞춤형 코스메틱 서비스’를 제공한다. 레슬리 바우만 미국 마이애미대 피부과 교수가 제시한 16가지 피부타입 분류법을 기준으로 한다. ‘바우만 피부 타입 테스트’는 지성·건성, 민감성·저항성, 색소성·비색소성, 주름 여부 등에 따라 개인 피부를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우리는 고객이 자신에 맞는 화장품이나 피부용품을 사용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안 대표는 “3개월 마다 AI를 이용해 고객의 피부를 재(再)진단해 개선 또는 악화 상황을 알려주며 피부 관리·코칭을 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제품 판매와 더불어 ‘평생 스킨 멘토(life-long skin mentor)’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건영 대표가 공동집필해 올 2월 낸 자외선 피부 관련 전문 서적

◇“일상에서 자외선 차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

-전문의(피부의학 박사) 출신으로서 어떤 피부 관리 철학을 갖고 있는가?

“각질과 보습, 자외선이 피부 관리의 3대 핵심이라고 본다. 소비자들에게 그 중요성과 관리법을 알리기 위해 2019년부터 ‘각·보·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외선이다.”

안 대표는 올해 2월 발간한 저서 <자외선이 당신을 늙게 한다>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외선은 인종(人種), 피부 유형에 상관없이 피부세포를 손상시켜 피부 노화, 색소침착, 기미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의 자외선 차단과 올바른 사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나?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중국 현지 유통상에 의존해 제품을 팔고 있지만, 우리는 자체 ‘브랜드 빌드업’ 전략을 구사한다. 3년전 현지 법인을 세우고 운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터진 지난해부터 브랜드 이미지가 빛을 봤다. 지난해 20여명의 중국 현지법인이 매출 220억원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2배를 예상한다.”

- 2018년에 스위스 유통기업 ‘미그로스 그룹’에 고운세상코스메틱 지분 51%를 300억원에 매각했는데.

“‘Dr. G’ 브랜드 제품의 글로벌 확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미그로스그룹 산하의 화장품 원료 회사와 협업할 수 있고, 미그로스의 유통망 등을 활용해 유럽 미국 시장 진출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가 완화 되는대로 미국, 스위스 등에서 ‘Dr. G 클리닉’을 열 계획이다.”

안건영 대표가 2021년 목표 대비 실적 달성 수치를 가리키고 있다. 1월과 2월 모두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올해 군납 판매를 제외한 민간 시장에서만 최소 1000억원 달성을 자신한다./송의달 기자

- 올들어 매출 현황과 목표는?

“올해 1월과 2월 매출은 목표 대비 30~40% 플러스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군납 포함시)은 2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회사 미션에 충실하면 성장은 절로 이뤄질 것”

- 20년 넘게 의사로서 기업 경영을 하면서 갖게 된 소회(所懷)라면?

“나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의사이고, 의료인이다. 전문의가 된 다음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0년에 창업했지만 2011년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인센티브만으로 경영이 불가능하며, 구성원들과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독서와 학습 경영으로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주위에 도움을 주는 방법’ 등을 터득한 게 큰 힘이 됐다.”

현대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박사. 2005년에 만 96세로 타계했다.

안 대표는 “특히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저술 20여권을 읽으면서 경영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회사의 비전이나 꿈이 있다면.

“몇년 내 얼마 매출 달성 같은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구성원들의 중요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면.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고 매출도 늘어날 것이다. ‘피부 과학을 통해 사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라는 우리의 미션(mission)에 더욱 충실할 때, 회사는 절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