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3’의 카메라를 켜고 발에 갖다 댔더니 구찌 스니커즈 신제품을 정말 신은 것처럼 보이는 AR(증강현실)이 화면이 떴다. 카메라 버튼을 ‘찰칵’ 누르면 이 신발을 신은 것 같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매장을 돌면 ‘갤럭시Z 폴드3’가 또한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띄워주면서 제품의 가격과 색상, 사이즈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줬다. 매장에서 굳이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을 불러 “저기요, 이건 얼마예요?”라고 묻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달 31일 서울 한남동 구찌 매장 ‘구찌 가옥’. 이탈리아 패션회사 구찌는 이곳에서 삼성전자·삼성 SDS와 손잡고 1년에 걸쳐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가옥 스마트 가이드(GAOK Smart Guide)’를 공개했다. 스마트 가이드는 초광대역(Ultra-Wideband·UWB)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스마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이탈리아 패션 회사 구찌의 플래그십 스토어‘구찌 가옥’모습(왼쪽). 구찌는 이곳에서 삼성전자·삼성SDS와 협업해 만든 애플리케이션‘가옥 스마트 서비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갤럭시 Z폴드3′에 설치된 앱을 통해 매장에 있는 옷의 가격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증강현실을 활용해 사진을 찍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다(오른쪽). /구찌

◇구찌, 삼성전자와 손잡다

한남동 구찌 가옥에 도착하면 1층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3’를 보여주며 “구찌의 ‘가옥 스마트 가이드’를 체험해보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직원부터 만날 수 있다.

구찌가 제공하는 ‘갤럭시Z 폴드3’를 들고 다니면 제품 정보와 위치를 쉽게 확인하는 ‘자기 주도적 쇼핑’이 가능해진다. 필요할 경우엔 거꾸로 스마트폰에 장착된 ‘호출버튼’을 눌러 직원을 자신이 있는 위치로 불러 직접 얼굴을 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고, 관심 있는 제품의 정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로 관련 링크를 보내 놓을 수도 있다. 재미요소도 많이 넣었다. 증강현실 기능을 활용해 사진을 구찌 디지털 스티커로 꾸미고 이를 ‘셀카’로 남길 수도 있고, 구찌 아케이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3층엔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기반 초대형 모듈러 스크린 ‘더 월(The Wall)’이 설치됐다. 이곳에서 구찌의 미디어 아트를 보여준다. 구찌 측은 “최근 패션 트렌드가 ‘하이퍼로컬(지역 밀착)’이다. 구찌가 최근 추구하는 또 다른 감성은 ‘첨단’이기도 하다. 서울 이태원에서 하이퍼로컬과 첨단의 감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은 당연히 삼성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삼성과의 협업을 택했다”고 했다.

구찌는 최근 해외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디지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한 행보다. 지난 5월엔 2주 동안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구찌 가든’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가상 구찌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입어볼 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는 디지털 전용의 가상 가방 ‘디오니소스 가방’은 이때 4115달러에 판매됐다.

◇LG전자에 손 내민 불가리

해외 명품 업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과 손잡은 경우는 또 있다.

이탈리아 패션회사 ‘불가리’는 오는 15일까지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불가리 컬러(BVLGARI COLORS)’라는 이름으로 명품 보석 전시를 개최하면서 LG전자와 협업을 했다. 193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불가리를 대표하는 유색 보석 작품 19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이곳에서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올레드 사이니지’,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100여대를 설치했고, 불가리 유색 보석의 화려한 빛깔에 영감을 얻어 제작된 미디어 아트를 구현해서 보여줬다. 불가리 측은 “최정화 등 국내 7인 작가와도 협업을 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국내 대표 IT기업인 LG전자와 손 잡고 전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