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달 말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식 온라인 몰에서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휠라는 이 서비스를 위해 물류 스타트업 ‘오늘의픽업’과 손잡았다. 오전에 주문받은 물건을 오후에 오늘의픽업이 운영하는 용산 물류센터로 옮기고, 이후 일반인 배송 기사가 가정으로 배송하는 구조다. 휠라 뿐만 아니라 옷, 네일 제품, 신선 식품 등 다양한 업체가 이 회사와 계약하고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 진승민 오늘의픽업 대표는 “작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달 배송 건수가 43%씩 늘고 있다”며 “패션 업체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선 식품부터 옷·화장품·가구까지 ‘빠른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며 배송·물류 스타트업이 속속 생기고, 이들을 찾는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모든 업체가 자체 물류망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오토바이나 차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주문받은 후 바로 배송이 가능하도록 재고 보관부터 포장, 배송까지 책임져주는 풀필먼트(fulfillment) 스타트업 몸값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신발도 화장품도 ‘빠른 배송’
3~4년 전만 해도 실시간 배송은 대부분 음식점에서만 했다. 최근엔 웬만한 업종 대부분이 실시간 배송에 뛰어들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배달의민족 앱에 ‘배민스토어’라는 코너를 추가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꽃, 신발, 화장품, 친환경 식품 전문점이 입점해 있다. 각 업체가 고객 주문을 받은 후 1~3시간 내로 제품을 배송한다. 올리브영은 2018년 말, 아리따움은 작년 9월 화장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원홈푸드와 대상네트웍스는 작년 8월과 11월 각각 동네 정육점 고기를 집으로 1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를 본 환자들에게 처방 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주요 편의점 업체들도 실시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실시간 배송을 담당하는 곳은 메쉬코리아(서비스명 부릉), 바로고 같은 물류 스타트업이다. GS리테일(당시 GS홈쇼핑)은 작년 4월 빠른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508억원을 투자,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했다. 11번가(250억원)와 CJ그룹(50억원)은 전략적 투자자로 바로고에 투자했다. 11번가는 화장품⋅생활용품 등 당일 배송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고는 이를 포함해 작년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두 업체 모두 단순 배송 대행을 넘어 풀필먼트나 자체 퀵커머스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김포·남양주 물류센터와 도심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밀키트 업체 등의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새벽에 배송하는 것이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새백 배송 물량이 작년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며 “올해 서울 서초 지역을 포함해 도심 물류센터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로고는 자체 물류센터에서 생필품·신선식품을 직매입해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10분 안에 배송해주는 ‘텐고’라는 서비스를 지난해 8월 시작했다.
◇가구, 신선 식품 등 분야별 특화도
상품 분야별로 특화된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마켓컬리 출신 이성일 대표가 2018년 창업한 팀프레시는 중소 신선 식품 업체들의 제품을 배송해주며 성장했다. 새벽 배송과 냉장 배송이 강점으로 꼽힌다. 수도권에 11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으로, 업계에선 이 회사가 새벽배송 대행 시장의 87%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년 28억원에서 2020년 396억원, 지난해 900억원(예상)으로 매출이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371억원을 투자받았다.
가구 전문 물류 스타트업 하우저는 작년 말 SSG닷컴에서 시작한 ‘SSG설치’ 서비스를 맡았다. 오후 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배송·설치가 가능하다. 전국에 있는 13개 물류센터에서 가구를 보관하다가 배송을 나간다. 쿠팡 가구 로켓배송을 포함 현재 600여 가구 업체의 20만여 가구 품목을 다루고 있다. 작년 네이버 등으로부터 140억원을 투자받았다. 심준형 하우저 대표는 “가구도 갈수록 빠른 배송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져 우리가 담당하는 물량 중 익일 배송 비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