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인천 남동구에 있는 홈플러스 간석점. 소고기 팩이 가지런히 진열된 고기 매대 옆에 ‘메이드 투 오더(주문 제작)’라고 적힌 3.3㎡(1평) 남짓한 공간이 있었다. 한 손님이 소고기를 골라 “얇게 저며달라”고 요청하자 앞치마를 두른 직원이 도마에 고기를 올리고 바로 손질을 시작했다. 손님은 투명 칸막이 너머로 이 모습을 지켜보며 “좀 더 얇게 썰어달라” 같은 주문을 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새로 단장한 간석점에 이런 식의 맞춤 손질 서비스를 매장 곳곳에 도입했다. 수산물 매장에선 토막·두께·칼집 등 손님 취향에 맞게 생선을 손질해준다. 랍스터와 킹크랩은 찜기에 쪄주고 먹기 좋게 잘라도 준다. 샐러드 매장에선 콩·파프리카·올리브 등 30여 가지 중 원하는 재료만 넣어 맞춤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식품 강화 매장을 올해 안에 17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식품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식품, 그중에서도 농·축·수산물은 직접 매장에서 신선도를 확인하고 사려는 수요가 큰 만큼 이를 기반으로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마트마다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관련 상품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커머스 업체들도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확장하거나 산지 직송을 내세우며 식품 분야를 강화하는 추세다.
◇맞춤 손질, 갓 만든 음식으로 승부수
이마트는 재작년 서울 월계점을 시작으로 맞춤 손질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생선을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손질해주는 오더메이드 방식의 수산 매장은 68곳, 고기를 원하는 대로 잘라주는 축산 매장은 6곳 운영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방 부위 제거 등 맞춤형 손질을 해줘 아기 이유식을 만드는 젊은 부부부터 어르신 고객까지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최근 문을 연 제타플렉스점에서 참치회를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회·초밥·롤 같은 조리법도 고를 수 있다.
동네 시장이나 정육점과 달리 대형마트에선 고기·생선을 미리 소분해 포장팩 형태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과의 차별화를 위해 방식을 바꿨다. 매장마다 손질·조리 직원을 따로 배치해야 해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온라인이나 편의점의 성공 방식을 차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초부터 제타플렉스점에 들어오는 사과, 감귤, 한라봉을 포함한 10여개 과일 포장지에 QR코드를 붙였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이 QR코드를 찍으면 산지가 어디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상품이 선별되고 포장됐는지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의 강점인 상세한 상품 설명을 오프라인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홈플러스 간석점은 편의점처럼 각종 과일을 낱개로 살 수 있도록 했고, 즉석조리 매대에서 ‘초밥 4개’ 같은 소용량 제품도 판매한다. 치킨은 즉석에서 튀겨준다. 대형마트에선 보통 주류를 상온에 진열하지만 이곳에선 냉장고에서 보관돼 시원해진 것을 바로 꺼내갈 수 있다.
◇온라인몰은 산지직송 배송으로 차별화
이커머스 업체들은 반면 고객이 신선도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산지 직송을 확대하고 있다. 쿠팡은 작년 6월 신선식품 배송이 많은 ‘로켓프레시’에 산지직송 방식을 덧붙였다. 쿠팡 물류센터가 아닌 산지 업체의 작업장에서 검품 작업과 송장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 산지에서부터 쿠팡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배송 속도를 높인 것이다. 티몬도 작년 11월 티프레시라는 신선식품 브랜드를 내놓고 산지에서 소비자 집으로 과일 같은 상품을 직송하고 있다. 맛이 없거나 하자가 있는 경우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
네이버는 작년 8월부터 CJ대한통운과 손잡고 경기도 용인에 저온 전문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신선식품 물동량을 늘리는 중이다. 이커머스 업체 중 식품에 특화된 마켓컬리는 수도권·충청권 위주로 운영하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작년 말 부산·울산으로까지 넓혔다. 전국 새벽 배송망을 통해 신선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