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에만 미술 작품 70여 점을 판매했다. 2·3층 복도에 보통 70~100점 정도를 전시하는데, 한 작품이 팔리면 바로 다른 작품을 건다. 전체 작품 순환 주기가 대략 한 달쯤 된다. 작품을 한번 걸면 한 달 안에 거의 팔린다는 의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00점을 걸면 100점이 팔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 업계가 최근 그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술 사업을 위해 전담 조직을 갖추고, 미술품 경매 업체 투자까지 한다. ‘아트테크(예술+재테크)’ 열풍 속에 감상을 넘어 소장·투자용으로 미술품을 바라보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집꾸미기 수요까지 겹치며 시장이 훌쩍 커진 영향이다.
◇일단 걸면 팔린다
롯데백화점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본점, 잠실점, 동탄점을 포함한 6개 점포에서 미술품 판매를 하고 있다. 30만원 신진 작가 작품부터 수억원대 유명 작가 작품도 있다. 작년에는 모바일 앱에도 온라인 갤러리관을 열었다. 작년 한 해 온·오프라인을 합쳐 1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중 200여 점이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미술품을 찾는 고객이 점점 많아져 작년 4분기 미술품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작년 9월 미술품 사업을 총괄하는 ‘아트비즈니스실’을 만들고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를 실장으로 영입했다. 연말엔 국제갤러리 디렉터 출신 전문가를 포함, 큐레이터 인원을 대폭 보강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말 미술품 사업 확대를 위해 280억원에 서울옥션 지분 4.8%를 사들였다. 안정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하고, 서비스 관련 협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을 포함한 9개 점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연간 100회 이상 전시·판매 행사를 연다. 최근 더현대서울에서 연 아트페어 행사에는 3만명 넘는 고객이 찾았다. 10일간 160여 점 작품 중 50여 점이 팔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술품을 사는 사람이 한정적이었지만 최근엔 구매자가 다양해지고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라며 “미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상시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구독 서비스도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3291억원 수준이던 국내 미술 시장은 지난해 9223억원이 돼 3배 가까이로 커졌다. 소액으로 미술품을 사고파는 공동 구매 플랫폼이 등장하고, MZ세대에서 아트테크 열풍이 불며 수요층이 두꺼워진 영향이다. 코로나 이후 집꾸미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림 판매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그림 대여 전문 업체 오픈갤러리와 손잡고 구독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정액을 내면 3개월마다 원하는 작품으로 교체해준다. 오픈갤러리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70% 정도가 30·40세대”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도 보편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5일 모바일 앱에 ‘방구석 컬처관’이라는 미술품 전문관을 열었고, 오는 8일엔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도 작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팝아트 작가 필독을 내세웠다. 재작년 10월 미술품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4분기 기준 미술품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