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맥(버거+맥주)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메이저 버거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바스버거. 수제버거 브랜드 바스버거를 운영하는 테이스터스의 서경원 대표는 회계사로 멀쩡히 잘 다니던 회계법인, 자산운용사를 그만두고 버거집 사장님으로 변신했습니다. 바스버거는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18개의 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매장당 월 평균 매출이 1억3000만원에 달합니다.
서경원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바스버거를 운영하면서 배운 것 중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장의 맛’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꼽아주세요.” 서 대표가 말하는 실전 MBA는 (1)돈 없어도 점포 늘릴 수 있다 (2) 배달 전성시대, 점장이 직접 리뷰를 챙겨야 한다 (3) 고정비용을 줄여야 생존할 수 있다 이렇게 요약됩니다.
◇돈 없어도 점포 늘릴 수 있다
서경원 대표는 “바스버거 1호점(광화문)을 2년 동안 운영하며 가져간 돈이 연봉으로 따지면 2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1호점에서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서 대표는 1호점 오픈 이듬해인 2016년 2호점 여의도점, 3호점 역삼점을 잇따라 엽니다.
-수익이 안 나는데 가게 늘릴 생각은 왜 했나요?
“월세가 3000만원이었던 광화문점에선 남는 게 없었죠. 그래도 점심 저녁에 손님들이 많았으니 비용 구조 바꾸면 새 점포에선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돈이 있었어요?
“1호점에서 돈을 너무 까먹어서 2호점 여의도점은 정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해서 열었어요. 2호점 장사가 잘 되니 바로 3호점(역삼점) 오픈을 준비했죠. 그런데 돈이 부족하더라고요. 외부 대출도 안 되고. 그러다가 방법을 찾았죠.”
서 대표가 찾아낸 방법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합니다. 역삼점의 경우 1인당 투자 상한액 200만원으로 설정하고 이자 10%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5000만원을 모았습니다. 서 대표는 3호점 역삼점을 시작으로 직영 16개 매장 중 절반인 8개의 매장을 오픈하는데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했습니다. 상환 기간은 1년에서 1년 반. 서 대표는 “처음에는 펀딩 마감 때까지 2주 정도 걸렸는데, 최근 1억2000만원을 모집했을 때는 당일 마감됐다”며 “요식업을 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은 누군가요?
“대부분 손님이에요. 저희가 바이오 같은 기술 회사도 아니고, 투자를 결정할 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가게에 와서 분위기 보고 맛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홍보도 따로 하기 보다는 매장에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붙였어요. 단골들이 저희를 믿고 투자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오픈한 매장 가운데 8곳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투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여러 번 펀딩에 참여한 손님들도 생기게 됐죠.”
-장사가 잘 되는데도 계속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크라우드 펀딩은 당연히 시중 금리보다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서 부담이 되죠. 은행에서 금리 3%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은 적어도 금리를 6% 정도로 세팅을 해야 하는 식이죠. 그런데 크라우드 펀딩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모은다는 장점에 더해 ‘찐팬(진짜 팬)’이 생기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요. 투자한 손님 중에 꽤 많은 분들이 매장 오픈하는 날에 지인들 데리고 와서 ‘여기 내가 투자한 곳이야’라고 말하는 걸 봤어요. 인스타그램에 자발적으로 가게 소개도 해주시고, 홍보 역할도 맡아주실 정도예요. 정말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든든한 우군이 생기는 거죠.”
◇대세된 배달, 고객 리뷰 점장이 직접 챙겨라
서 대표는 실전 MBA 팁 두 번째로 배달을 꼽았습니다. 배달이 대세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서 대표는 말합니다. “점장이 고객 리뷰를 직접 챙겨야 합니다.”
-배달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코로나 이전에는 홀 매출이 60%, 배달 매출이 40%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로 배달이 급증하더니 2022년 1월 처음으로 배달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었습니다.”
-배달 전성시대가 되면서 경영 전략이 달라진 게 있나요?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각 매장이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넓어졌죠. 그래서 저는 무작정 매장을 확장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서울과 경기도를 합쳐서 바스버거가 오픈할 수 있는 최대 매장 수가 30개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달 전략은 어떻게 짰나요?
“소비자들이 마음 먹고 맛집을 찾아가는 것과 달리 배달은 믿고 시킬 수 있는 곳을 고른다고 생각해요. 단시간 내에 브랜드 가치를 확 높이긴 어렵기 때문에 배달 플랫폼에서 어떻게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까 고민을 많이 했죠. 당연하지만 평점과 후기가 중요합니다. 처음 3년 동안은 모든 매장의 배달 후기 댓글을 제가 달았어요. 이후에는 매장의 점장이나 부점장이 직접 챙기게 하고 있어요.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고객 요청사항이나 후기를 챙기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하면 홀에서 손님과 직원 사이에 소통이 거의 없잖아요. 배달은 전혀 달라요. 손님들이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하거든요. ‘저 오늘 몸살 기운이 있어요. 음식 맛있게 만들어주세요’ 같은 요청사항은 홀에서는 들을 수 없는 얘기거든요. 손님들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듣고 대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어떤 시스템이죠?
“매장별로 배달앱 평점을 매달 집계해 우수 매장에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요. 저희는 모든 매장이 평점 5점 만점에 4.8~4.9점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우수 매장을 뽑다보면 소숫점 셋째자리까지 계산하곤 합니다. 그리고 요청사항 처리, 리뷰 관리 우수 사례를 회의시간마다 공유해요. 손님이 요청사항에 ‘피곤한 하루였다’는 글을 썼는데, 점장이 박카스를 사고 ‘고객님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라는 메모를 써서 보낸 적도 있어요. 그랬더니 그 손님이 ‘너무 감동 받았다. 상상도 못했다’라는 리뷰를 남기셨더라고요. 리뷰 관리라는 게 진정한 우리 편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하도 괜찮다, 고정비용을 줄여라
바스버거의 16개 직영 매장 중 1층에 자리한 곳은 3개뿐입니다. 나머지 13개 매장은 2층이거나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햄버거 가게라면 흔히 1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낯선 위치 선정입니다. 서 대표는 “고정비용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정비용 때문에 1층이 아닌 곳에 오픈했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바스버거를 처음 시작한 광화문 매장은 월세가 3000만원이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데도 남는 게 없었는데, 그 이유가 말도 안 되는 비중을 차지하는 임차료였죠. 2호점 여의도점을 오픈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게 고정비용 절감이었어요. 그렇게 지하를 택했죠.”
-지하나 2층으로 하면 아무래도 고객들 접근성이 떨어질 것 같은데요.
“맛있고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 손님들이 충분히 계단을 이용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무작정 지하나 2층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원칙을 세웠거든요. 매장으로 이어지는 단독 계단이 있거나 ‘단독 느낌’이 드는 곳으로 고릅니다. 또 바스버거 간판을 별도로 건물 밖으로 뺄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단독 느낌이라는 건 뭔가요?
“광화문 매장도 단독 건물 1~2층을 쓰다가 지하로 이전했는데, 저희 매장 아래층에 다른 가게가 있어요. 저는 우리 가게로 이어지는 계단이 단독 느낌이 나길 원했거든요. 아래층 사장님 찾아가서 협의를 했어요. 우리 비용으로 아래층 가게 간판을 새로 해주는 대신 계단이 시작되는 1층 입구를 바스버거가 잘 보이도록 만들기로 한 거죠. 1층이었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이긴 합니다. 이전에는 이론으로만 알던 고정비용 개념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고 해결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 거죠. 고정비용 무시하면 절대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