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향수 가게 ‘딥티크’ 1층. 손님 4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은 요즘 평일엔 하루 평균 800명, 주말엔 1000명씩 사람이 몰린다. 매니저 김효정씨는 “주말인 지난 9일부터 10일 오전까지 1700명이 넘는 손님이 왔다”고 말했다.

벚꽃 명소로 소문난 서울 잠실 석촌호수 잔디광장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2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왔다. 롯데 관계자는 “2014년 대형 미술 작품 러버덕(커다란 오리)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73만명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 이전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이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잔디광장에는 지난 10일 동안 200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벚꽃 명소로 '꽃세권'이라고 입소문이 났을 뿐 아니라, 15m 높이의 '벨리곰'까지 있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 것이다. /뉴스1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를 앞두고 백화점, 대형마트를 비롯한 소매유통업의 경기 기대감도 다시 살아나고 있는 1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명동거리를 걷고 있다./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봄꽃 명소에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들이객이 폭발적으로 쏠리며 지역 경기가 살아나는 ‘꽃세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얼어붙었던 상권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로수길·명동·이태원처럼 공실(空室)이 즐비했던 거리가 모처럼 넘치는 인파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미어터지는 ‘꽃세권’

지난 10일 서울의 벚꽃 명소인 서울 여의도 벚꽃길엔 하루 동안 12만여 명이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그간 폐쇄했던 벚꽃길을 3년 만에 개방하자 방문객이 밀려든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벚꽃길엔 하루 동안 12만여 명이 찾았다. /김지호 기자

봄꽃 시즌을 맞은 전국 테마파크·호텔은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말 개장한 부산 롯데월드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얼리버드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개장일이 벚꽃 만개 시기와 겹치면서 사람이 더욱 몰린 것이다. 튤립·수선화가 만발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도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예약률이 지난 달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유채꽃이 한창인 제주도에도 사람이 쏠렸다. 롯데관광개발의 제주 드림타워 복합 리조트에선 지난달 31일~지난 10일 봄캉스 패키지 객실 2226개가 판매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올해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은 344만6878명으로 전년보다 37.4%가 늘었다.

벚꽃·튤립·수선화로 꾸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의 플로럴 스파. '꽃세권'으로 이름 나면서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예약률이 지난 달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얼어붙었던 상권, 기지개 켜다… 공실률 가로수길 20%→4% 이태원 27%→9%

서울 명동은 작년 공실률이 50%를 넘기며 상권 붕괴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최근 거리 표정이 달라졌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애플스토어’는 손님 100여 명이 북적였다.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홈페이지로 시간당 300명까지 방문객 예약을 받고 있지만, 평일인데도 인파가 몰렸다. 직장인 정혜원(42)씨는 “코로나 이후 적막감이 돌던 명동 거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거리에 오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2~3명씩 일행을 이룬 외국인 관광객들도 명동 거리 곳곳에 눈에 띄었다. 지난 3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면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단체 관광객이 찾기 시작한 덕분이다. 명동에 있는 신세계면세점도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4월 중순에 태국 관광객 수십 명이 단체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실의 거리’로 전락했던 가로수길은 공실률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4.4%였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공실률은 무려 20%에 이를 정도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가로수길에 새롭게 문을 여는 가게가 늘면서 유동 인구도 같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 확진자 방문 사실이 알려지며 타격받았던 이태원 거리에도 새로 문을 여는 가게가 속속 늘고 있다. 작년 4분기 이태원 상가 공실률은 9%대로 전년 같은 기간 26.7%에서 크게 줄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향수 가게 ‘딥티크’ 매장엔 요즘 하루 평균 800명, 주말엔 1000명씩 사람이 몰린다. /김지호 기자

거리 경기가 살아나면서 백화점·대형 마트를 비롯한 소매유통업계 경기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계의 경기전망지수는 올해 1분기 96에서 반등한 99로 기준치(100)에 근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대폭 완화와 일상 회복을 앞두고 조만간 소매업 경기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