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은 지난 1일부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메인 광장에 아파트 4층 높이의 15m 초대형 벨리곰을 설치·전시했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이 지난 2018년 개발한 캐릭터다. 전시가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2주 만에 200만명이 다녀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벨리곰 캐릭터를 2018년 1월부터 개발해 7개월 걸려 완성했다”면서 “해당 캐릭터의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올해 캐릭터사업팀도 따로 조직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최근 캐릭터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발전하면서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알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각종 신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4년 걸려 키웠다”…롯데도 신세계도, 캐릭터부터 키운다
신세계푸드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콘텐츠 제작과 캐릭터 상품 제조 같은 캐릭터 사업을 추가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을 묘하게 닮은 ‘제이릴라’라는 이름의 고릴라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품뿐 아니라 패션, 자동차, 게임까지 제이릴라를 활용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릴라는 본래 지난 2020년 9월 이마트가 내놓은 캐릭터다. 정용진 부회장이 “나와 하나도 안 닮았다”고 우기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제이릴라를 자주 등장시켰고, 이를 통해 제이릴라의 인지도가 쌓였다. 작년 4월엔 신세계그룹 야구단 인천 SSG랜더스의 홈 개막전에도 등장했다.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제이릴라의 전용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도 1년 만에 5만명을 넘겼다. 20개월을 들여 캐릭터 인지도를 쌓은 것이다. 작년 말엔 제이릴라를 활용해 서울 청담동에 빵집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열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요즘 하루 방문객이 1000여 명에 달한다”면서 “캐릭터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 캐릭터의 인지도를 쌓기 위해 4년을 투자한 경우다. 벨리곰 캐릭터를 만들고 4년 동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 등을 따로 조용히 운영하면서 팔로어를 늘려나갔다. 유튜브 구독자가 50만명이 넘는 등 전체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110만명이 넘자, 비로소 롯데홈쇼핑의 캐릭터라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자사 캐릭터의 인지도부터 키워야 관련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난 달엔 벨리곰을 활용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도 출시했다. 벨리곰의 IP를 활용한 신사업을 전시·공연 같은 영역까지 추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마케팅 비용 줄이고, 효과는 높이고
일부에선 캐릭터 개발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홍보 효과는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보통 유명 모델을 기용해서 광고를 제작하는 비용의 30% 정도면 캐릭터 개발을 할 수 있고 관련 콘텐츠도 계속 제작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각종 행사와 프로모션에 활용하기 위해 독일의 유명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강아지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흰디’를 만들었다. 흰디 캐릭터를 넣어 만든 마스크 끈을 고객 선물용으로 1만개 제작했는데, 3일 만에 동이 났다. 2020년 남양주에 문을 연 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 원’에는 흰디를 테마로 한 펫파크도 열었다.
편의점 CU는 캥거루를 모티브로 한 ‘헤이루’라는 캐릭터를 내놓고 이를 스마트폰 이모티콘이나 메타버스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점시킨 가상의 편의점에 헤이루를 판매 직원으로 세워놓는 식이다.
편의점 이마트24도 이달 초 자사 캐릭터 ‘e몬프렌즈’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캐릭터를 활용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앞으로 각종 콘텐츠를 내세울 계획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유튜브·틱톡 영상 같은 각종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잘 만든 캐릭터 하나 있으면 톱 모델 부럽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