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은 최근 사내에서 ‘프린틀리’(Printly)’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장용 잉크로 몸에 나비나 꽃을 찍어낼 수 있는 미니 타투 프린터를 올해 4분기쯤 북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중국 상하이 등 봉쇄 조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외 주요 화장품 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업체들은 작년 중국의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 다이궁(代工·보따리 장수)의 위축으로 잇따라 실적 충격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중국 악재가 계속되자 탈(脫)중국에 나서고 있다. 중국발(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히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의존 줄여야 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올 1분기 매출은 1조2628억원, 영업이익은 171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9%, 13.4%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얼어붙으며 면세점 매출이 많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화장품 매출 중 해외 시장 매출은 35% 정도인데, 이 중 중국 비율이 30%다. 반면 북미 시장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설화수·라네즈 같은 제품이 온라인 채널 아마존에서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매출이 63%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급 제품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미국·캐나다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매출을 1%가량 하락한 2조151억원, 영업이익은 7.31% 줄어든 3435억원으로 보고 있다. 중국 봉쇄로 인한 중국 매출 감소가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LG생활건강은 20% 정도였던 미국 시장 비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미국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스와 손잡고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고, 지난달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크렘샵’을 1485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미국 화장품·생필품 판매 회사 더에이본컴퍼니, 독일 화장품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한 것도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 20~30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AI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도 몇 년 전부터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실행, 시장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재작년 미국 법인을 재설립하고 아마존에 입점해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 미샤 관계자는 “비비크림 같은 제품이 특히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꼽히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시장 먼저 뚫어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유독 북미 시장 확장에 먼저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미국과 캐나다가 전 세계에서 여전히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올해 미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를 926억달러(약 117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24년엔 946억달러(약 12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체 화장품 시장의 25%가량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10~20대 소비자가 역동적으로 주도하는 시장인 만큼 트렌드에 빠른 한국 기업이 진입하기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을 선점하면 남미나 유럽에도 한층 진출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북미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이유다.
북미 시장에서 국내 업체는 상대적으로 색조 화장품에 있어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에 개발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색조 화장품 등으로 공략하면 북미 색조 화장품 시장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면서 “고가 스킨케어 제품을 위주로 먼저 시장을 넓히고 맞춤형 색조 화장품 판매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